6화로 끝내려는 마음이 굉장히 컸었지만...어찌어찌 여차여차 들고오게 되었네요....
물론 너무나도 내용이 짧고, 점점 재미가 없어져간다는 것이 크나큰 문제.......
재미가 없어..재미가.....이 길은 무슨 길인가....
재미없는 길이지........
귀차니즘아..사라져라...ㅠㅠㅠㅠㅠㅠ
김신왕여
센티넬버스 07
센터는 창설 이래 찾아온 최대 위기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생명과 희망이 샘솟아 차오르는 따땃한 봄날, 만개한 꽃내음을 맡으며 여유를 부리기에도 아까운 날씨이건만, 센터는 온통 죽음의 향으로 가득 찼다. 몇 날 며칠이고 계속되는 장례식에 검은색 옷은 이제 일상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벌써 다섯 번째 희생자였다. 처음은 단순하게 가이드의 일탈, 혹은 행방불명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 연쇄학살사건으로까지 번지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않아서였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제 파트너를 마주한 센티넬들의 처절한 비명소리는 한동안 모두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만큼의 충격이자 고통이었다. 게 중에는 친하지는 않지만 인사를 몇 번 나누어 안면이 있는 이들도 있던 터라 여는 저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 고개를 푹 떨구며 명복을 비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런 여의 손을 그러쥔 신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딱히 동료애가 깊어 슬픈 것도 분노가 이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범인이 누구든 그 속내가 온통 까만 어둠뿐이라 의중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고 언제든 그 어둠이 여에게 닿을 수 있다는 것이 신의 생각이었다.
"이제부터 어딜 가든 무얼 하든 나와 함께 해."
"내가 무슨, ㅇ..."
내가 무슨 애에요?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지를 못했다. 마주친 눈동자에 가득 들어찬 염려와 경고와 두려움을 비롯한 갖가지 감정들이 활활 타올라 데일듯이 뜨거워서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작게 주억거렸다. 여기서부터 잘못 된 것이었을까, 정말이지 화장실을 갈 때를 제외하고는 한 시도 떨어지질 않으려 하는 신때문에 여는 현재 곤혹을 치르는 중이었다. 키우는 애완동물도 이 정도까지 주인을 따라다니지는 않을 것인데싶은 여는 결국 참다참다 머리를 짚으며 소리를 질렀다.
"김신씨, 내가 범인한테 잡혀 죽기 전에 홧병으로 쓰러지는 게 먼저일 거란 생각 안들어요?!"
신은 잠시 생각이라는 걸 하는 듯 말이 없었다. 여는 이 정도까지 말했으니 말귀를 알아먹고 이제는 적당히 꼬리를 내리겠거니 싶어 약간의 기대가 서린 눈으로 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생각을 마친 신의 입에서 튀어나온 한 마디는 여를 경악으로 물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좀 있으면 아주 침대기둥에 묶어라도 놓겠다 싶은 여는 도끼눈을 하고 신을 노려봤다. 뜨끔하긴 한지 시선을 괜히 머쓱하게 돌린 신이지만 여전히 자신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퉁명한 얼굴을 한 채였다.
그리하여 신을 떼어내는 것에 장렬하게 실패한 여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꾸욱꾸욱 눌러짚으며 신과 나란히 앉아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센터내의 유명인사인 신의 등장에 주변은 늘 소란스러웠고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 역시 당황스러움에 여러 번 말을 더듬거나 실수를 하곤 했다. 심기불편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뭐가 그리 당당한지 맨 앞 자리에서 선생을 노리는 눈길이 날카로워서 괜히 민망해진 여가 신의 허벅다리를 꼬집으며 눈치를 주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따라다닐거면 조용히나 따라다니던가 이 무슨 창피인가 싶어 절로 숙여지는 고개다.
"김신씨. 정말 이럴 거에요?"
"내가 어쨌기에 그래."
팔이요 팔, 하고 눈짓하자 그 시선따라 제 팔을 한 번 쓰윽 쳐다본 신이 주변은 둘러보고는 뻘쭘하게 팔짱낀 상체를 풀고 의자에 기대 앉는다. 물론 그 자세가 심히 어색해서 빼딱하게 널부러진 모냥새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쓰읍 입술을 깨문 여에게 두 번 노려봐져야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는 인상을 쓴 상태였고 신은 이제 슬슬 그런 여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난 후 부쩍 늘어난 대화와 곁에서 지켜본 사소한 행동들을 통해 신은 여에 대해 아주 조금은 알게 된 점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입다물고 표정이 굳어지면 그건 꽤 무서운 징조라는 것이었다. 전에 딱 한 번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있었는데 스카프로도 가려지지 않을 위치에 키스마크를 남겼을 때 였던가, 일주일동안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지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눈앞이 깜깜해질 지경이었다.
"또..뭐가 문제야.."
아까보다는 제법 다소곳해진 자세에 그제서야 인상을 푼 여가 신의 손에 펜을 들려주고는 저만 빤히 바라보는 그 얼굴을 잡고 정면으로 향하게 했다. 그것이 불만인지 미간에 주름을 잔뜩 잡고서도 또 얌전히 따라주는 신의 옆모습을 감상하다 웃음이 터져나올 뻔한 것을 겨우 참아낸다. 꼭 말 안듣는 아이같아서. 여의 입가에 봄기운처럼 따스한 미소가 만연했다. 두 사람만의 세계에서 피어나는 그 달달한 분위기가 주변에 어떤 영향을 주고있는지는 꿈에도 모르고는.
얼마 안가 센터내에 김신이 개과천선했다더라. 팔불출이 됐다더라. 왕여한테 꽉 잡혀서 허허실실 웃고 다닌다더라 등등 그들에 관한 온갖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센터를 뜨겁게 달궜다는 것은 또 하나의 여담이다.
아무튼 이러한 신이 유일하게 여에게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임무가 있을 때였다. 시무룩한 표정을 하는 신에게 그럼 나 따라갈까요? 물으니 그건 또 위험해서 안된대고 결국 영상통화로 합의를 보고서야 풀어지는 표정이다. 센터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말라는 당부를 몇 번이고 경고하듯 뱉어내는 못난 입술에 쪽하고 입맞춰주니 그제서야 입다물고 조용히 뒤돌아서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저를 이렇게까지나 극성으로 생각해주는 신이 마냥 싫지만은 않은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여다.
사건이 터진지 제법 시간이 흐르고서도 아직까지 정확한 사건의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를 못했다. 단지 연쇄학살의 피해자는 모두 가이드였다는 점과 센터밖에서 일어난 무자비한 살인이었다는 이 두 가지 사실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센터내에서는 될 수 있는대로 가이드들의 바깥 외출을 삼가하도록 지시했고 꼭 외출을 해야만 하는 경우에는 센티넬과 동행하거나 시간과 장소를 기록해 서류에 남길 것을 당부했다. 전 부서에 뿌려진 공문을 만지작거리던 여가 테이블에 철푸덕 엎드렸다.
"아, 덕화씨. 이러다 몸에 곰팡이가 쓸겠어요."
"그렇게 답답해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안그래도 연고도 뭣도 없고 그렇다고 센터내에서 그렇게 친근하게 지내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닌지라, 교육을 받거나 덕화와 사담을 나누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가 공백의 시간 속에서의 혼자만의 사투였다. 그나마 낙이라고 한다면 치킨집에 놀러가서 사장님하고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되었으니 여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감옥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게다가 사실 뭐 가이드로 일하면서 꽤 많은 돈이 통장에 들어오고 있긴 했으나 너무 무료한 삶이 답답해서 다시 아르바이트라도 해볼까..고민까지 하고 있던 터였던지라 이게 뭔 날벼락인가, 싶기도 했다.
"덕화씨가 부러워요."
"왜요?"
"평범하잖아요. 가끔 생각하거든요."
"뭘요?"
"내가 덕화씨처럼 노멀이었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같은 것들."
신의 가이드가 되기로 결심하기 전부터도 종종 생각했었던 것이지만, 평범하게 회사에 들어갔을까? 치킨집이라도 차렸을까? 상냥한 여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는 몇이나 낳았을까? 같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진부하고 평범한 그런 생각들. 뭐, 그런 것들이 제 꿈이었어요- 라고 말할 정도로 바라왔던 것들은 아니고 그냥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사니까 나도 그렇게 살아가겠지 같은 딱 그 정도의 것이었기에 그다지 미련은 없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마냥 서툴기만 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신이 없는 삶은 상상조차 되지 않으니까. 여는 그냥, 그저 하루빨리 그 흉악한 범인이 잡히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그렇게 부러우면 노멀이 되면 되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가이드나 센티넬이 노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도 없거니와 교육내용에도 없었는데?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건가싶어 과일쥬스에 꼽힌 빨대 휘휘 돌리던 손 멈추고 덕화의 시선을 마주했다. 늘 봐왔던 선하디 선한 눈매가 어그러지고 그 속의 눈동자가 괴수처럼 검붉은 색으로 물들었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을 때 즈음 사방의 모든 찌꺼기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날아든다는 위협적인 감각이 뾰족하게 살을 에이며 다가왔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그 어떤 잡생각도 할 수 없이 오롯이 제 눈을 꿰뚫는 붉은 두 눈동자만이 온 세상 가득이라 여는 점점 숨 쉬기가 버거워졌다. 뭐야 이거 왜이래, 라고 뱉을 겨를도 없이 까마득하게 정신이 멀어져 갔다.
"쉬운 방법을 놔두고 뭘 고민하지?"
완전히 빛을 잃은 여의 눈동자가 인형처럼 감정없이 꿈뻑거리기를 반복했다. 덕화는 말 잘듣는 개처럼 다소곳한 자세를 유지하는 여의 복슬거리는 머리칼을 가지고 놀다가 매끈하게 빠진 얼굴선을 쓸어내렸다.
덕화에게 있어 여는 꽤 만족스러운 실험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이드도 없이 맨몸으로 노멀인척 위장해 센터에 처음 숨어들었을 때에는 수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센터의 이점 중 하나로 매 해 수많은 가이드를 양성하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적당히 그들을 이용하기만 하면 힘을 컨트롤하는데에 있어서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생긴 단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여러 가이드들에게서 깔짝거리며 힘을 잠재울 수록 더, 조금 더, 점차적으로 많은 힘을 갈구하게 되었고 더이상 센터내의 가이드들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말이 가이드지 사실 센티넬들이 제게 꼭 맞는 가이드를 찾는 것이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에 속했다. 때문에 애초부터 완벽하게 제 욕심을 채우긴 무리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덕화는 정신계 센티넬이다. 애초에 상대로부터 완전한 믿음을 얻을만큼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얻고싶은 것을 얻어낼 수 없는 존재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이 최상급 센티넬 김신. 그에게 꼭 맞는 가이드라면 자신을 만족시킬만한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었고 그것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었다. 순둥하게 생겨서 입은 더럽고, 인관관계에 있어 묘하게 선을 긋지만 그 속내는 끊임없이 정을 갈구하는. 게다가 A급이상의 가이드 능력치. 바닥부터 철저히 잠식하고 빼앗아 가지고 놀기에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었다.
아주 재미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웃음이 덕화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 엄지로 붉은 입술을 양껏 지분거리다 광대를 두 어번 톡톡 건드린 후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김신을 죽여버리면 해결될 일일텐데."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거부반응인지 모르겠지만 여의 어깨가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아주 오랜 기간 공을 들인 사람이다. 그의 무의식이 반항을 한다한들, 완전히 유덕화라는 존재를 신뢰의 대상으로 인식해버린 과거의 여가 현재의 상황을 탈피할 방법은 없었다. 덕화는 떨리는 그 둥그런 어깨를 꽈악 움켜쥐었다.
"그렇지 않아요?"
새빨갛게 불타오르던 덕화의 눈동자가 제 색으로 돌아오고 동시에 안개낀 듯 흐리던 여의 동공역시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다 깨어난 듯한 몽롱한 얼굴로 두 어번 눈을 깜빡인 여의 눈동자에 빙긋 웃는 덕화의 얼굴이 들어찼다.
"덕화씨, 무슨 얘기 했었죠? 못들었어요."
"범인이 빨리 잡혔으면 좋겠다구요."
- 당신이, 완전히 내 것이 되어 즐거움을 줬으면 좋겠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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