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버스 세계관. 전 머리가 나빠 복잡한 설정은 못잡으므로 간결하게 잡았습니다.
어차피 허구의 세계관이니 대충 넘어가.....는.......흠흠..
김신왕여
센티넬버스 01
"니가 내 새로운 장난감이야?"
"장난감 아니고 가이드. 그리고 초면에 반말은 실례아니야?"
모두에게 따사롭게 햇빛이 반짝반짝 쏟아지는 오후, 그러나 그 와중에 그렇지 않은 곳이 여기 딱 한 군데 존재하고 있었다. 이 곳 'WM'은 센티넬과 가이드를 통합관리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국가와 시민을 보호하고 각종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끔 설립되었을 터...였으나 지금은 당장 전쟁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살벌하기 그지없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바닥이며 천장에 연구실은 엉망진창이었으며 연구원들은 그저 먼 발치에서 이 사단을 내고 있는 원인인 두 사람을 멍하니 쳐다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팀장 엘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린 장소를 바라보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또각또각 구둣소리가 가까워지자 연구원들의 얼굴에 '아..오늘이 바로 제삿날이구나..' 하는 표정이 떠오른다.
"이거 기획하고 보고서 올린 새끼 나와."
또랑또랑한 엘의 단 한 마디에 팀원들은 일제히 한 곳을 향해 눈빛을 겨냥시켰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주인공덕화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느지막이 발걸음을 옮겼다. 뭘 잘 한게 있다고 얼굴엔 억울함이 한가득이다.
"아니 그럼 어떡해요. 기관에서 양성한 가이드들 사이에선 소문이 다 나서 김신하면 다 쉬쉬하고 도망가기 바쁘지, 김신씨는 날이 갈수록 저 모냥이시지..외부에서 가이드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고 나도..."
구구절절 변명을 읊어대는 와중에도 대치중인 두 사람 눈치, 팀장 엘의 눈치를 번갈아가면서 보느라 눈알이 쉴새없이 굴러다녔다. 물론 가이드의 성격이 김신과 똑같은 개차반일 줄도 몰랐고, 아무리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다지만 가이드에 대한 기본지식도 터무니없이 부족한 건 덕화 역시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기는 했다. 세상 한심하다는 듯한 얼굴로 덕화를 노리던 엘은 미간을 꾹꾹 누르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일이 이렇게 되어 굉장히 유감스럽습니다만, 김신씨는 일단 진정하시고. 왕여씨는 잠깐 저 좀 보시죠."
"이봐 엘, 내가 가이드를 데려오랬지. 이런 멍청이를 데려오랬던가?"
"뭐? 멍청이? 아니 이 냥반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애초에 말리려고 한다고 해서 말려질 인물이 아니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말려보려고 했던 엘보다 신의 손이 훨씬 빨랐다. 손에 사정을 두지 않고 마구잡이로 여의 목을 한 손으로 잡아챈 신이 그대로 벽으로 내던지다시피 밀침과 동시에 여의 입에서 경기를 일으키듯 신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온 힘을 다해 그 손을 떼어내려 손톱까지 세워 긁어보지만 되려 그 힘은 더 강해지기만 했다. 신의 성미를 아주 잘 아는 연구원들은 섣불리 나서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특히나 본인의 판단미스로 애먼 일반인에게 화를 가져온 덕화가 가장 그랬다. 여는 서러움과 공포로 머릿속이 가득찼다. 저절로 눈물이 줄줄 흘렀고 그것이 신의 손등 위에도 뚝뚝 떨어진다. 눈물이 또르르 굽이지어 손등을 타고 떨어지는 그 순간에 신의 눈썹이 미묘하게 꿈틀거렸다. 여는 까무룩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에도 신의 그 알 수 없는 표정만은 잊히지가 않았다. 신은 축 늘어져 바닥으로 곤두박칠 치는 여의 몸을 가뿐히 한 손으로 받아 들어 어깨에 둘러멨다.
"이 멍청이는 내가 데려가지."
"그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아직 교육이 필요합니다. 팀장인 내 불찰이니 그 아이는 그만 내려놓고.."
"내 가이드를 내가 데려가겠다는 것 뿐이야."
엘의 말을 단박에 잘라먹은 신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구실을 나섰다. 남겨진 이들은 아직까지 상황정리가 안된 탓에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지만 엘은 달랐다. 말을 잘라먹힌 사람의 얼굴치고는 그다지 화난 얼굴도 아니었고 일반인이 실려나간 상황에서 그다지 걱정스러운 얼굴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기쁜 표정이었다. 엉망이 된 연구실에서 상반되게 엘이 짓는 기분나쁜 미소에 괜히 소름이 돋은 덕화는 제 어깨를 쓱쓱 비볐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신은 분명히 말했다. '내 가이드' 라고. 수년간 그를 스쳐간 가이드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것 혹은 저것 번번히 장난감 취급만 했을 뿐이었다. 그랬던 이가 제 입으로 '내 가이드'라고 한 것이다. 엘은 아까까지만 해도 줘패서 죽여버릴까 생각했던 덕화녀석을 보살처럼 바라보며 그 어깨를 토닥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 김신씨 가이드에 관한 일은 신경꺼도 좋아. 정해졌으니."
엘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여는 끔찍하고도 처참한 늪을 하염없이 떠돌았다. 아무도 없는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온 몸이 푸른 화염속에 휩싸인 채로 타들어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주저 앉았다. 아- 이렇게 죽는구나. 생각했을 때 쯤 번쩍 눈이 뜨여졌다. 온 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고 아직까지도 화염 속에 있는 듯한 지극히 사실적인 고통에 쇳소리같은 신음이 끄응하고 터져나왔다. 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었다. 그런데 눈을 뜨고 보이는 광경이 생판 처음 접하는 풍경인지라 아직도 꿈속인가 싶어 여는 한 번더 자신의 눈을 비볐다. 하지만 여전히 처음 보는 광경 그대로였다. 밝은 제 방과는 정반대로 어둡고 심플하고 어딘가 적적하기만 한 방을 천천히 둘러보다 여는 화들짝 놀라 저도 모르게 엄마야 소리를 내지르며 심장을 움켜쥐었다. 하마터면 깨어나자마자 도로 누울 뻔한 기가 막히는 상황이었다. 신이 소파에 앉아 지그시 여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어났나?"
신이 소파에서 느리게 몸을 일으키며 여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여는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지는 신을 멍하니 바라보다 정신을 놓기 직전 저를 죽일 듯이 목조르던 그 광기어린 모습이 떠올라 흠칫 몸을 떨었다. 그리고 더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뒷걸음질 쳐 침대헤드에 등이 바짝 붙었다.
"도망칠 것 없어. 더이상 널 해칠 이유가 없으니."
"내 목을 졸랐어. 그리고 날 죽일 뻔 했어. 그런 사람의 말을 어떻게 믿어요?"
여는 아직까지도 느껴지는 생생한 감촉에 자신의 목을 슬며시 감싸쥐며 신을 경계했다. 오직 두려움만을 가득 담은 눈동자를 마주한 신이 주저없이 손을 뻗었다. 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진짜로 죽는건가- 믿는 시늉이라도 할 걸 그랬나. 잡다한 생각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우려하던 것과 다르게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고 여는 눈치를 보듯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코앞까지 와있는 신의 얼굴에 헉하고 숨을 참아넘겼다. 신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여전히 목을 감싸쥐고 있는 여의 손목을 투박하면서도 다정한 손길로 떼어냈다. 피부가 하얘서인지 시퍼렇게 난 손자국이 도드라져보인다. 손목을 잡은 것만으로도 그의 맥박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채워지지 않던 갈증이 채워지다 못해 넘쳐흐른다. 신은 마치 홀린 듯이 여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여의 눈이 놀람과 당황스러움으로 한껏 커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신을 밀어낼 수도 쳐낼 수도 없었다.
"넌 내 가이드야. 오히려 내 목숨줄을 쥔 건 너라는 뜻이야."
"내가 싫다면요?"
"어차피 넌 나 이외의 센티넬을 가이드할 수 없어."
"그건 내 맘이죠."
"할 수 있으면 어디 니 마음대로 해봐. 니가 가이드하는 센티넬은 모두 모가지가 두동강나게 될테니까."
내뱉고 있는 말과는 상반되게 신은 제법 산뜻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자신이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묻어나오는 것이었고 여는 그 사실을 몹시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억울함과 분통함이 속에서부터 들끓어오른다. 여는 입술을 짓이겨 깨물며 노리듯이 신의 눈동자를 마주했다. 엘 팀장님에게 찾아가 이 자에게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빌어볼까. 외국으로 도망가버릴까. 거액의 알바비에 눈이 멀어서 인생을 팔았구나. 헛된 망상들로 여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런 여를 눈치 챈 신의 얼굴에 좀 더 사악한 미소가 걸렸고 그 순간이었다. 무방비하게 앉은 여의 발목을 그러쥐고 잡아당겨 힘없이 딸려오는 몸을 잡아 눌렀다. 타의에 의해 양 손목을 결박당한 채 굴욕적인 자세로 눕혀진 여의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진다.
"당신 미쳤어?"
"허튼 생각으로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는 게 좋아."
"놔요. 이거."
"뭣하면 지금 당장 니 센티넬은 나 하나라는 걸 온 몸에 새겨줄 수도 있는데 어때?"
여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눈 앞의 이 센티넬은 강제로 자신을 범하고 각인을 새기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영원한 구속의 족쇄를 걸겠다고. 그러니 너는 나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고. 신의 눈빛이 짐승처럼 흉흉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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