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비이혁은 정말로 깨볶는 것만 보고싶었는데......
요즘 현생이 너무 바빠서 블로그 들어올 시간이 잘 나질 않네요 ㅠㅠㅠㅠㅠㅠ
하루에 한 줄씩 쓰다시피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모이고 모여 한 편은 올라오는............암튼..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냥 두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을 간간히 짧게 올릴 예정이에요. 일단 예정만....939년 후에.....
김신이혁
다시 시작 05
"유회장 날세. 지금 당장 자네 인맥을 동원해서 세입자 하나 쫓아냈으면 하네. 안그럼 내가 거리 하나를 싸그리 다 불태워 없애볼까 하는데 어떤가?"
누가 강력계 형사가 아니랄까봐 혁은 늘 바빴다. 멀리서 혁을 감시하듯 지켜보는 것도, 아주 어쩌다 시간이 비어 같이 식사라도 할라치면 뻔질나게 울려대는 휴대전화에 호출되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참아넘기는데 한계가 있었다. 위험하고 바쁘고 박봉이기까지한 형사따위 때려치우고 도깨비한테 시집이나 오랬더니 마구잡이로 날아드는 물건에 애먼 루이16세때 접시만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인간의 수명은 길지 않다. 처음엔 느긋하게 혁을 배려하고 기다리고 싶었지만 점점 욕심이 커질수록 한 시도 떨어질 수 없도록 제 옆에 발을 묶어놓고 싶어진다.
갑자기 월세를 두 배로 올리더니 심지어 나가라는 집주인에 혁은 한 순간에 집도 절도 없는 부랑자 신세가 되어버렸다. 큰 짐꾸러미 두 개를 양 손 가득 든 혁은 제 신세에 길게 한숨을 쉬다 휴대전화를 들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신은 입가에 미소를 걸고 곧 울릴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모양인지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는 울리지를 않았고 혁은 이미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어, 민재야 난데..며칠만 신세 ㅈ..?!"
갑자기 허망하게 손에서 사라져버린 휴대전화에 혁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다.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인지 신이 가느다란 눈을 하고 저를 째려보고 있었다. 여긴 어쩐 일이에요-라고 묻기도 전에 신이 한 발 빠르게 입을 먼저 뗀다.
"멀쩡한 애인 놔두고 딴놈집에 가겠다는 건 무슨 의미지?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이거?"
"민재는 좋은 후배이자 동생입니다. 그리고 집이 코앞이라 출퇴근이 편하기도 하고 또.."
사실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이 댈 수 있었다. 강력계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건이 터질 지 알수가 없는 공간이고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간단히 말해 언제든 조속히 들러 눈만 붙일 수 있는 곳이면 충분했다. 그렇기에 운좋게 파출소 바로 앞에 자취방을 얻은 민재가 더 없이 딱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같은 팀이니 움직임도 수월하고 불편한 점도 없을 것이다. 근데 뭐가 문제라서, 뭐에 그리 화가나서 신이 제 앞에 나타나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혁은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무엇보다 내가 왜 김신씨한테 이런 것까지 다 설명해야하는 겁니까?"
"뭐?"
"당신은 내 애인이지 보호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겁니다. 공사구분 정도는 할 수 있.."
"알겠습니다. 이혁형사님."
혁이 말을 채 다 끝내기도 전에 말을 잘라먹은 신이 그대로 등을 돌려 푸른 연기를 일으키며 자취를 감췄다. 혁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화가난 건 난데 왜 그 쪽이 화를 내?
죄 짓는 것도 아닌데 혁은 다시 민재에게 전화를 걸지 못했다. 찜질방에 가서 지내려다가 그마저도 귀찮아져서 경찰서 숙직실에 짐을 풀고 지낸 지 일주일 째였다. 신은 여전히 자신의 전화를 피하고 있었고 코빼기도 제 앞에 모습을 비춰주질 않았다. 얼마나 뻔질나게 경찰서를 들락날락거렸는지 이젠 강력팀 내에서 김신을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였고 그런 그들은 혁을 볼 때마다 한 두 마디씩 질문을 하곤 했다. '요즘 그 유신재라는 분은 안 와?' '그 돈 많은 니 지인은 왜 요새 안보이냐?' 와 같은 일률적인 질문들에 혁은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러니까 저도 그 인간, 아니 그 도깨비 행방을 모른다니까 지금.
잦은 잠복수사에 피곤에 쩔은 몸으로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숙직실이 무리가 갔던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일까 혁은 꽤 컨디션이 좋질 못했다. 잠복하다가도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으며 범인을 마주하고도 멍때리다 놓치거나 얻어맞거나 평소에 하지 않을 실수들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일상에 슬슬 주변 동료들은 걱정어린 눈빛을 보내온다.
"이봐 이형사 요즘 무슨 일 있어?"
"아닙니다."
"아닌게 아닌데? 뭐 애인이랑 싸우기라도 한 거야?"
농담조로 말을 건네는 반장님의 말에 혁은 괜히 뜨끔했지만 반박할 기력조차 없었다. 팀원들의 배려로 일찍 퇴근의 기회를 얻은 혁의 발걸음이 신의 집으로 향했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취한 어떤 행동에서 화가 났으며 어떤 부분에서 사과를 해야하는 건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서 풀어야하는 것이 혁의 성미였다. 그런데 문자를 보내도, 전화를 걸어도 응해오지 않으니 직접 찾아가는 수 밖엔 얼굴을 볼 기회가 없질 않은가. 늘 드나들던 드넓은 저택이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져서 현관문 앞에 선 혁은 한참을 망설였다. 초인종을 누르기까지 손가락을 올렸다 내렸다 몇 번을 반복하던 혁이 끝끝내 그것을 누르고선 괜히 딴청을 피우듯 고개를 휘휘 돌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없이 정적만이 흘렀고 혁은 한 번 더 초인종을 눌렀다. 결국 초인종소리에마저 나타나지 않는 신에 혁은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서로 향하는 골목길을 걷는 혁의 그림자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몸도, 마음도 엉망진창이었다. 처음부터 불안하게 시작된 관계였기에 언제든 뒤틀릴 수 있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것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지만 새삼 자신의 전생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왕여, 저승사자.. 자신의 또 다른 과거이기도 한 그들은 신과 어떤 감정을 나누며 어떤 관계를 만들어갔을까. 하지만 생각해봤자 답은 오리무중이었다. 자신은 그 누구도 아닌 이혁일 뿐이었으니. 혹시나 완전히 그가 떠난 것이라면, 진짜 이대로 영영 신을 보지못하게 되는 것이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걱정들은 곧 쓸데없는 생각일 뿐일 거라는 걸 깨닫는다.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도 생각보다 자신이 그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혁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아무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해도 결국은 그에 대한 생각 하나만으로 가득차버리고야 마는 것이다.
멍한 발걸음으로 숙직실 문을 여는 혁의 손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흙탕물 뚝뚝 떨어지는 젖은 걸레처럼 생각은 더럽고 난잡하게 얽혔고 온 몸은 징글징글하게 늘어졌다. 하- 자동으로 쏟아지는 한숨이 숙직실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자마자 울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혁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섰다.
"어딜 다녀와요?"
이 목소리를, 고작 저 목소리를 그렇게나 기다려왔었나. 겨우 일주일 남짓 저 목소리를 듣지 못하였다고 해서 이렇게 그립고 반가울 일인가. 이렇게 사무칠 일인가. 아픈 몸에 서러운 감정까지 북받쳐 올라 혁은 눈물이 차올랐지만 보여주기 싫어 목소리를 무시하고 단촐한 침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돋보기를 쓴 것처럼 바닥이 울렁였다.
"나랑 말하기 싫어요?"
먼저 연락 피했던 건 본인이면서. 보기 싫은 것도 말하기 싫은 것도 본인이었던 주제에. 혁은 입술을 짓이겼다. 왠지 별 것도 아닌 일로 어리광부리는 것 같아서, 공사 구분 따위 나불거리면서 어른인 척 했던 과거의 자신이 너무 창피하게 느껴져서. 그냥 모든 것은 꿈이다 치부하고 몸을 뉘어 안식을 취하고 싶었다. 몇 걸음만 더 가면 침상이고 곧 그럴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순간 눈 앞이 핑 돈다. 휘청이는 제 몸을 어찌할 겨를도 없이 맥없이 아...하는 공허한 외침만이 머릿속에 울렸다. 저만치 떨어져 있던 신이 제 능력을 발휘해 재빠르게 몸을 채어 안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바닥으로 고꾸라질 터였다. 별다른 반항도 없이 축 늘어져 제 몸에 기댄 혁에 신은 놀란 심장을 가라앉혀야 했다. 도깨비불에 휘감긴 자신에게도 느껴지는 온기에 급하게 혁의 뒷목을 받쳐안고 이마에 손을 갖다댄다. 신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펄펄 끓는 불덩이같은 몸을 안아들고 빠르게 숙직실 문을 열었다. 곧바로 이어지는 도깨비터 제 방 침대에 혁을 눕히고 얼음주머니를 가지러 가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데 손이 잡히는 바람에 제지당했다.
"왜 그래? 많이 안좋아요?"
말없이 손가락만 만지작거리는 혁이었지만 신은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머리맡에 자리잡고 앉아 식은땀으로 들러붙은 머리칼을 정리하자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두 어번 꿈뻑였다. 그리고 끝끝내 달싹이던 붉은 입술새로 튀어나온 말 한 마디에 신은 저도 모르게 싱거운 웃음을 지었다. '미안, 미안해요..' 늘 생각했다. 저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결국 지는 것은 조금 더 그를 사랑하는 자신이라고.
"아니, 내가 더 미안. 내가 어른스럽지 못했어요."
둥그런 이마 위로 신의 입술이 내려앉았다. 흐리멍텅하게 번져버린 시야 속에서도 다정하게 웃는 신의 얼굴 하나는 또렷하게 보여서, 그것 하나로 너무나 위안이 돼서 저절로 꽉 잡아 쥔 손가락에 힘이 느슨하게 풀렸다. 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몇 번이고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았지만 이것은 꿈이라고, 모든 것이 다 꿈의 일환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혁은 잠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구태여 몸을 일으키진 않았다. 꿈 속 여운에 갇혀 완연히 정신이 깨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눈을 감은 채였다. 닫힌 눈꺼풀 안으로 새어들어온 불그스름한 빛이 알록달록하게 시야를 흐리는 것이 아, 날이 밝았나싶은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나른함에 눈알을 몇 번 내굴리다 이제 눈을 떠야지-하는 생각이 들어 혁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굉장히 익숙하고도 그리운 풍경과 향기가 오감을 자극해왔고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을 두 어번 움직여보았을 때 즈음에서야 자신이 꿈을 꾸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순간들이 사실은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깼어요?"
"김..신씨?"
"깼으면 죽부터 좀 먹어요. 밤새 앓았어 당신."
아직 잠이 덜 깬 사람처럼 멍한 표정을 하는 혁의 손에 숟가락 끼워주며, 할 말 많은 건 알겠는데 이거 다 먹고 이야기해요. 했더니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며 지금 몇시에요? 묻는다. 다급하게 이불 걷어내며 숟가락도 도로 내려놓고는 몸 일으키려는 혁의 어깨를 도로 내리눌러 앉히며 손목시계를 확인한 신이 꽤 단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금 오후 2시 반이고, 강력계엔 내가 미리 전화해뒀어요."
발끈한 얼굴로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 따져묻는 듯한 시선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지만 신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좋아하는 공사구분, 그것도 좋지만 적어도 애인으로서 이 정도 참견은 해야겠어요. 나는."
매 번 몸에 위험천만한 상처 달고 들어와도 이제는 당신한테 형사 그만두라고 못해. 그만큼 이혁씨의 생각을 존중하고 이혁씨가 좋아하고 또 하고싶어 하는 일 모두를 나도 좋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내 말 들어요. 당신이 하루 이틀 출근안한다고 해서 큰 일 나는 거 아니니까.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밤새 당신 곁에서 가슴졸인 내 옆에 있어달라는 말이에요.
혁은 그제서야 바짝 힘이 들어간 몸에 긴장을 풀고는 천천히 숟가락을 들었다. 미지근하게 식은 죽을 한 숟가락 입에 넣고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신을 힐긋거리다 고마워요- 뱉어내는 한 마디에 신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환하게 웃었다. 물론 곧 죄책감에 괜히 혁의 눈치를 보아야했지만 말이다. 사실 이 모든 일은 천년묵은 도깨비의 치졸하고 유치한 사랑 하나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닌가.
"이제 숙직실 말고 집에가서 편히 자요."
야무지게 약까지 털어넣는 것을 지켜 본 신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다.
"네? 그치만 계약이.."
"원상복구시켰으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김신씨가 왜.."
의문가득한 혁의 깊은 눈동자를 눈치보듯 살살 쳐다보다 그것이 사실은..하고 운을 뗀 신은 곧 베개며 죽그릇이며 숟가락이며 손에 잡히는대로 물건을 집어던지는 혁으로 인해 호되게 혼이 나야만 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런 뒷배경도 모르고 괜히 혼자 마음 졸이고 걱정하고 생쇼를 다한 것이 아닌가. 혁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천 년을 살아도 저렇게 철없는 제 애인을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이지 고민도 이런 고민이 없었다. 아마 이런 와중에도 -이럴 줄 알고 저렴한 그릇을 준비했지- 따위나 생각하고 있는 신을 알게된다면 남아나는 살림이 없었을 것이다.
"미안하네, 너무 곁에 있고싶었던 나머지...내 실수를.."
"말투는 갑자기 왜그래요. 시끄럽습니다."
"작게 말했어요.."
좀 전의 당당했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지고 실눈으로 흘깃흘깃거리는 신을 잠시 쳐다보다 하- 길게 한숨을 뱉어내는데 괜히 긴장한 신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고작 100년이다. 아니 반백년밖에 안남았을 지도 모르는 생이다. 영생을 사는 신에게 있어서 그것은 눈깜짝하면 지나가 버릴 찰나의 시간일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자신이 떠나고 난 후의 삶에 있었다. 살아있는 동안 모든 걸 걸고 그를 사랑할 것이고 후회없이 툴툴 털고 떠나면 그만인 자신이지만 신은 아니질 않는가. 지금도 끝방을 저리도 애타게 그리듯이 보는데 제가 떠난 빈 자리는 또 얼마나 긴 세월동안.. 아니 어쩌면 영생동안 바라보게 될 것이냐는 말이다. 그렇게 될 신을 생각하면 이 삶에 미련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어떻게 두고 떠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한데, 그래서 부러 최소한의 거리는 두려고 한 것인데 그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다. 저 어리석은 도깨비씨는. 하지만 서로가 떨어져 있었던 근 일주일의 시간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어쩌면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이나 고민하며 이리 재고 저리 재고 하는 1분 1초조차 사실은 사치가 아닐까 싶었다. 복잡한 건 질색이기도 했고 이제는 그만 결심이 설 때도 된 것 같아서 혁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신을 똑바로 쳐다봤다.
"내가 제일 크고 좋은 방 쓸 겁니다. 밥, 빨래, 청소 다 취미 없습니다 저."
신의 눈이 천천히 그리고 크게 뜨여졌다.
"공짜, 뇌물 이런 거 싫습니다. 그러니까 월세도 받아요."
혁은 괜히 머쓱해져 뒷머리 벅벅 긁으며 어수선하게 시선을 흐트러뜨렸다. 혁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신이라고 모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그것이 늘 더 그를 신경쓰게 하고 더 그리워지고, 이미 검따위 뽑힌 지 오래인데도 가슴께가 찌릿찌릿거리고 마는 것이다. 이루말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요동치듯 흘러넘쳤다. 혁의 움직임 하나하나 숨결 한 올 한 올 아로새기듯 주시하니 그 진득한 시선을 느낀 혁이 왜 그러냐는 눈빛을 보낸다. 신은 망설임없이 손을 뻗었다. 손가락에 감기는 보드라운 뒷머리카락을 느낄 새도 없이 입술을 머금었다. 뻐끔이는 눈꺼풀을 손수 내리 감겨주며 금단의 영역이라도 범하듯 갈급하게 혀를 집어넣고 그의 온 숨을 탐했다. 그제서야 버거웁던 입술을 열어 활짝 저를 맞이하기에 안도의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
아.. 당신은 이번 생에서조차 사랑스럽고 이번 생에서조차 나를 구원한다. 결국은 그리 하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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