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왕여] 축구국가대표지망생X세계적피겨선수

보정: 쿠님



갑자기 세계적 피겨선수 왕여와 그거 티비로 생중계 보면서 침 질질 흘리며 우와 개이뿌다...하고 있는 철없는 축구국가대표지망생 김신 보고싶다.....연습하다 지친 왕여 풀냄새 좀 맡으려고 나왔다가 공연습하는 김신 구경하게 되겠지..

로 시작되었던 썰..................


왕여는 혼혈인데 어머니가 중국인이고 어머니역시 세계적인 피겨선수였어. 아름다운 외모와 천재적인 재능 뚝심있는 노력 그 모든것을 물려받아서 어릴때부터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아이였을거야. 그런 여에게 처음으로 슬럼프가 오는데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더이상 목표가 없어진 거지. 갑자기 피겨가 재미가 없고 자기한테 전부였던 것이 재미없어지니까 인생도 재미가 없고 의욕도 없고. 그래서 연습도 잘 안되고 자꾸 엉덩방아 찧겠지 짜증나게. 매일 그게 반복되니 지겨워서 자주 바깥공기를 마시러 나가곤 했는데 푸른잔디위에서 항상 공연습을 하고 있는 남자를 만나겠지 김신이야.


연습이 잘 되든 안되든 늘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신에게 여는 은근 에너지를 받을 것 같아 나도 힘내서 좀 더 연습해볼까..같은. .그러다 신도 누군가 자기를 보고 있단 걸 나중에 눈치채고 의식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헛공차서 뻥- 날아가버려라. 여쪽으로 날아가지만 다행히 스쳐서 맞진 않는데 놀란 신이 후다다 달려와서 괜찮아요? 하는데 이게 뭔 일 티비에서 보고 겁나 이쁘다 와 대단하다 칭찬했던 유명한 피겨선수잖아. 자기도 모르게



"헐 대박 존나 이뻐."



뱉어버리고 아차 싶어서 자기 주둥아리 팍팍 때리는데 왕여 한창 멍때리다가 빵 터져서 환하게 웃었으면..햇살도 쨍한데 웃는모습이 너무 해사해서 그런 여한테 신은 두 번 반하겠지.. 그 뒤로 서로 종종 만나 연습 구경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가끔은 같이 밥도 먹을 정도로 친해질거야.


김신은 고기 한 가득 왕여는 체중조절땜에 풀떼기만 한 가득.



"그런거만 먹고 사람이 어떻게 사냐?"



고기 입안가득 넣고 웅얼거리며 말하면



 "그러는 너는 채소 좀 먹어."



힐긋 째리겠지. 여는 신을 만나면서 살면서 못해본 것들을 잔뜩 해볼거야. 또래와 어울려 만화책보면서 히히덕대는 것 같이 남들에겐 흔해빠진 그런 일상 같은 것..죽도록 연습만 했으니까 라이벌은 많아도 친구는 없었어.

그래서 처음 생긴 친구나 마찬가지인 신에게 많이 기대고 의지하게 될 거야. 물론 신은 좀 다른 감정이었지. 완전히 자각하진 못했지만 자기가 여에게 가진 마음이 친구이상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 그래서 결심을 하나 하지. 신네 집에서 노닥거리다 뜬금없이



"여야 너 다음 올림픽도 나갈거지?"



여는 깜짝 놀라. 그저 목표를 잃어서 아무생각도, 아무 계획도 없었고 하루하루 보내고만 있었는데..얼떨결에..



 "아..어, 으응.."



대답해버렸어. 앗차싶은데 바로 신이 말을 이어오지.



"나도 이번에야말로 꼭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싶어.그러면, 선발되면.."



눈을 반짝이며 목표를 얘기하다가 갑자기 말을 흐리는 신을 여는 뭔데 저렇게 뜸을 들이나 싶은 눈으로 쳐다보지. 그리고 곧 이어지는 말에 여의 눈이 더없이 커질거야.



"나랑 사겨주라"



아무말도 없이 멀뚱하게 쳐다보는 여때문에 민망해진 신은 뒷머리 벅벅 긁으면서 나가버리겠지. 뒤늦게 의미 알아차린 여, 얼굴 벌겋게 익을거야. 이 날 이후 신은 더 필사적으로 연습했고 매경기마다 성적도 좋아서 슬슬 주목받기 시작할거야 여는 올림픽에 나간다고 신에게 실수로 내뱉은 것을 계기로 여차저차 새 프로그램 준비도 하고 연습에도 시동걸었고. 바빠서 각자 만날 일이 거의 없었지만 간간히 인터넷 기사를 통해 소식접하거나 아주 가끔 문자를 주고받거나 하는 게 전부였어. 진심으로 신을 응원하지만 대놓고 표시는 못해. 마치 빨리 내게 고백해달라 보채는 거 같잖아. 아직 확실히 신에 대한 자기 마음을 모르기도 했고. 그러다 노력형 골게이터로 승승장구하던 신에게 불행이 닥치지. 그건 선수에겐 늘 치명적인 부상.


소식 듣자마자 놀란 여가 전화를 수십통씩 해대지만 며칠이 지나도 받질 않아. 답답함에 인맥 동원해서 치료중인 병원 허겁지겁 찾아갈거야. 다리 깁스한 채로 병원 밖 벤치에 앉아있는 신 발견하지.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그보다 얽혀드는 시선이 더 빨랐어. 무슨 생각일지 어떤 심정일지 감도 잡히지 않았어. 딱 한 발자국 만큼의 거리, 결코 좁혀지지않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의 눈동자만 바라봤지. 곧 결심한듯 여가 움직이는데 신이 더 빨랐어 .



"미안한데, 지금은 아무도 보고싶지 않아. 그게 너라해도."



결국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쓸쓸하게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어. 점멸을 반복하는 가로등 하나가 깜깜한 골목길을 억지로 밝히는데 그 골목을 걸으면서 그제야 여는 제 마음에 확신이 들었지.신이 꼭 국대에 선발되길 바랐었다고. 신이 너무나도 좋다고.  꾸욱 쥐어짜듯 감은 눈으로 이유모를 눈물이 나왔어.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천천히 방향 틀어 왔던 길을 다시 걸어가며 신을 떠올렸어. 그 잔상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이 안된단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전력질주하고 있었을 거야. 목구멍이 타오를 것처럼 벅차오르는 감정에 숨을 몰아쉬며 좀전의 벤치쪽으로 걸어갔어. 다행히 아직 가지않고 그 자리 그대로 신이 있었지.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다가서, 좁혀지는 거리만큼 여의 심장 역시 가쁘게 콩닥거렸을 거야.


푹 떨군 고개, 거칠은 땅바닥만 가득찬 시야 속으로 둥그런 운동화 앞코가 불쑥 끼어들어와 멍한 얼굴로 고개들었어 신이. 제 눈 앞의 생각지 못했던 인영 보자마자 두 눈 크게 뜨여졌을테지.



"너.."

"나도 하고싶은 말이 있어. 신아."

"나중에.."

"아니, 지금."



꼭 지금이어야 할 것 같아. 답지 않게 꼬옥 말아 쥔 두 주먹, 움푹 꺼진 쌍커풀. 무슨 말이 그렇게 하고 싶어 저렇게 결의에 찬 표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신도 더이상 피하지는 않았어.



"신아, 나는.."



크게 한 번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이 역력한 모습으로 입술을 달싹이는 여를 신은 느긋한 시선으로 기다려주었어. 곧 완전히 결심이 선 듯 빳빳하게 고개 치켜든 여가 입을 열었지.



"나 이번 올림픽에서 꼭 메달을 손에 넣을거야."

"그러니까, 꼭 그럴테니까.."

"...."

"그 땐, 나랑 사겨주라."



자기가 내뱉어놓고도 부끄러운지 새빨갛게 익은 얼굴 어찌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도망치듯 자릴 벗어날거야 여. 그 텅 빈 자리 멍때리며 보다 뒤늦게서야 벌떡 일어선 신 엉거주춤한 모양새로 뒤쫓아가려고 발 뻗다 억소리내며 다시 주저앉았을테지. 깁스하고 있단 사실조차 까맣게 잊을만큼 머릿속이 새하얘. 어..아.. 말못하는 어린 아이처럼 중얼거리다 손바닥으로 얼굴 감싸쥐었어. 푹 익은 얼굴과 말려올라간 입꼬릴 다 감추긴 부족했지만.







풋풋한 아이들 보고싶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