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덕질은 자급자족보다 남들거 보는게 제일 편ㅎ....흠흠...날이 춥네요..독감조심하세요!
상중하 나뉘어있지만 별 내용도 없고 그냥 두 사람 꽁냥질이에요...아마..
김신왕여
스폰서 중편
연말시상식이다 뭐다 행사가 많은 시즌이라 신의 스케쥴은 비어있을 틈이 없었다. 모든 스케쥴이 끝나니 시곗바늘은 어느새 새벽3시를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웃는 가면을 쓰고 수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나니 습관처럼 또다시 머리가 지끈거린다. 벤에 몸을 싣자마자 거추장스러운 나비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소매단추를 끌렀다. 적당한 음주로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 담배를 꺼내무는데 불을 붙이기 직전에 손이 멈춘다. 지금 이 순간에 왜 그가 생각난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덕화야. 다음 스케쥴까지 얼마나 남았지?"
"음..한 5시간?"
"그럼 별장으로 가. 적당한 시간맞춰서 니가 데리러 오고."
"그렇게 예뻐요?"
"이 쫘식이."
덕화는 신의 데뷔시절부터 함께 해 온 돈독한 형동생사이다. 눈치가 빠르고 수완이 좋아 신은 그런 덕화를 알게모르게 의지하는 편이었다. 눈빛만 마주쳐도 신이 뭘 원하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알아서 대처해주는 덕에 한결 일하기가 수월하기뿐만 아니라 이런 성적취향까지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였다.
앵무새처럼 '예뻐요?"란 말을 반복해대는 통에 신은 덕화의 뒷통수에 꿀밤을 콩- 먹이고 나서야 속이 후련해졌다. 입이 대빨 튀어나와선 투덜대던 덕화는 그래도 제 할 일을 묵묵히 해낸다.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신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재차 확인하며 서둘러 벤에서 내려왔다. 마지막까지 차창을 열고 '예뻐요?'를 내뱉는 덕화의 못난 입을 찰싹-때려주는것도 잊지 않고서.
여와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던 첫만남 이후로 자주 연락을 주고 받곤 했다. 밥은 먹었냐 건강 챙기라 등의 형식적인 안부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연락을 주고 받는 기간 동안 나름의 발전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별장을 둘만의 아지트로 정했다는 것에 있다. 항상 스케쥴에 치이는 신과 대부분의 업무를 자택에서 처리하던 여가 어떻게 하면 좀 더 합리적으로 만날 수 있겠냐는 데에서 강구해낸 방법이었다. 이젠 별장이 여의 자택이 되었고, 신은 어차피 잠만 자던 오피스텔보다 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신은 외투를 벗어들고 제집처럼 자연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처음엔 괴상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인테리어가 이제는 집주인의 분위기와 어우려져 더없이 그답다란 생각이 들었다. 새벽이라 혹시 이미 잠든 사람을 괜히 깨우는 건 아닌가 싶어 발자국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행동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서재쪽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침실로 가던 발걸음을 도로 돌린다. 똑똑- 노크에도 반응이 없다.
"왕여씨, 나 들어가요."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에 신은 살풋이 미소를 지었다. 여가 새파아란 스웨터를 입고는 데스크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그렇게 많아서 새벽까지 저렇게 불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는건지. 졸고 있는 와중에도 꼬옥 쥐고 있던 만년필덕에 온 서류에 외계어가 한가득이다. 신은 조심스럽게 만년필을 떼어내고 소파에 굴러다니는 여분의 쿠션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소중하게 여의 머리를 감싸안아 쿠션 위에 뉘어주었다. 신은 한동안 소파에 기대앉아 잠결에도 파르르 떨리는 그 속눈썹이나 오물거리는 붉은 입술을 감상했다. 탁했던 정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정화되는 듯 했다.
"으음..."
시곗바늘이 새벽4시하고도 35분을 가르킬 때 즈음이었다. 여는 뭔가 폭신함과 따스함을 느껴 자연스럽게 눈이 뜨여졌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보여지는 세상에 여의 심장이 정신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 신을 만났을 그 때 그 순간 온 세상이 정지하고 단 둘만 있는 것처럼. 신은 더없이 다정한 눈빛과 더없이 멋진 미소를 띄운 채였다.
"와..왕여씨 안 될 사람이네."
"..네? 어..언제 왔어요?"
"언제는 밥 한 번 먹자고 돈까지 줬으면서 이젠 김신이 앉아서 기다리는데 침흘리면서 잠이나 자요?"
놀란 여가 황급히 입주변을 연신 닦아보지만 아무것도 이물질이 만져지지 않는다. 속은 것을 그제서야 눈치챈 여가 새침하게 신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 멋진 미소를 띄운 채 '농담' 이라 읊조리는 신에 금새 얄미움 가득했던 심장이 두근거림으로 바뀌어버리고 만다. 여는 괜히 열이 올라 화끈거리는 얼굴에 부채질하면서 화제를 돌렸다.
"스케쥴 없어요?"
"3시간 25분 뒤에."
신이 무심하게 제 손목시계를 흘깃 쳐다보곤 답했다. 여는 자신 때문에 신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부터 잠을 청해도 3시간 남짓. 신이 피곤한지 미간을 꾹꾹 눌렀다.
"따뜻한 밀크티 한 잔 줄테니까 기다려요. 이거 마시고 조금이라도 눈붙이고 가요."
신은 밀크티를 타는 여의 뒷모습을 말없이 응시했다. 그 짧은 찰나에 수만가지 생각들이 둥둥 떠다녔다. 태어나 처음으로 담배보다 더 생각나고 그리워진 사람이었다. 어느 날 부터인가 불현듯 단지 가까이 있기만 해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왔다. 제 얼굴을 보며 수줍게 얼굴을 붉히던 사랑스러운 모습이 스쳐간다. 아아..또다. 또 다시 심장이 뛴다. 신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여에게 다가갔다. 헐렁한 스웨터 사이로 훤히 드러난 그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허리에 손을 감았다. 티스푼을 든 당황한 손가락이 공중에서 멈췄다. 금새 입술이 닿은 뒷목부터 귓바퀴까지 빠알갛게 익어간다.
"너..너무 단가..맛 좀 봐야겠어요."
살갗에 닿은 입술로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공중에서 멈췄던 손이 어색하게 움직였다. 밀크티가 묻어있는 티스푼이 여의 입속으로 쏙 들어갔다.
"내 껀데, 맛은 내가 봐야죠."
신은 붉게 달아오르는 옆모습을 바라보다 반대쪽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동그랗게 뜬 눈동자 위로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부끄러워진 여가 이리저리 시선을 회피하며 뭐라 입을 떼려던 순간 신은 허겁지겁 뒷목을 끌어당겨 입술을 맞댔다. 부드럽게 입천장을 쓸어내리자 으응-기분 좋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신은 제가 낸 소리에 놀라 몸을 비트는 여의 허리를 잡아당겨 바짝 붙으며 그 부드러운 머리칼을 헤집고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 숨결조차도 모두 앗아가버리겠다는듯이. 달콤함이 입안가득 퍼진다. 밀크티인지 너인지도 모를 그 달콤함이.
"..난감하네."
쪽-소리와 함께 입술을 뗀 신이 읊조렸다. 제법 난처한 표정으로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
"너무 달아서."
여의 얼굴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순진무구한 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신은 다시 촉-촉- 소리를 내며 다정한 입맞춤을 건넸다. 촉촉하게 젖은 눈가가 분홍빛으로 물든다. 천진한 얼굴위에 흩뿌려지는 색정적인 향에 신은 저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이미 피곤함은 날아간지 오래였다.
"나는 남은 3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데."
"...."
"당신과."
"...."
"침대에서."
신은 현실감없는 표정으로 눈만 꿈뻑이고 있는 여가 귀여워 피식-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여의 귓가로 입을 가까이 가져가 다시 한 번 못박듯이 속삭였다.
"당신하고 자고싶다구. 내가."
신은 화사하게 웃었다. 짹각이던 시곗바늘소리도 달큰하게 퍼지던 밀크티의 향기도 숨소리조차도 모든것이 아득하게 멀어져 간다. 교차하는 눈동자 속에 서로를 한가득 품고서. 둘 만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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