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치명적인데....왜지.. 왜죠? 관계자분들 뭐하시는 거죠? 지금이 돈 벌 기회이실텐데????
두 사람 다 섭외하면 너무 비싸서 그래요?...ㅠㅠㅠ제발 좀 붙여줘요 ㅠㅠㅠ
아니면 당사자들이 거절하나? 둘이 사귀는 거 들킬까봐?..흠흠.
말 그대로 조각입니다. 짧아요. 쓰다 만 거 이을 일이 없을 거 같아서...
김신왕여
Trial 조각
강렬하게 내리쬐던 태양 아래 우뚝 선 너는 붉은색이었다.
뜨거운 빛을 모조리 삼켜낸 너는 쨍한 붉은색이었다.
나는 무심코 손을 뻗었다.
그 달콤한 과실이 날 완전히 썩게하는 줄도 모르고,
그것이 나를 완전히 삼켜버리는 줄도 모르고,
그것이 사랑인 줄을 모르고.
**
"뭐야?"
갑자기 입으로 쑥 밀고 들어오는 딱딱하고도 달콤한 무언가로 인해 문제집을 풀던 신의 손이 멈췄다. 평소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신의 미간이 입안의 달콤함이 견디기 힘든지 잔뜩 찌푸려졌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여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어재낀다. 뭐야. 뭐하자는거야 새끼야. 입 안의 사탕으로 인해 다소 어눌해진 발음으로 묻자 사탕이지 뭐긴 뭐야 븅신아. 대꾸한다. 그러다 어디서 난 것인지 모를 선물포장이 된 잡동사니 상자들이 가지각색으로 여의 가방에서 쏟아져나온다. 신은 자신의 문제집이 완전히 그 잡동사니들 밑에 깔려 자취를 감추고 나서야 하- 탄식을 뱉으며 볼펜을 집어던지고 여를 바라본다.
"넌 매번 지겹지도 않냐?"
"그럼 어쩌겠냐? 주는 걸 눈앞에서 던져?"
"으휴, 한심한 새끼."
매년 이맘때쯤이면 통과의례라도 되는 듯 여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여는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이미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상태였다. 그 당시나 고등학교에 올라온 지금이나 어떻게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지 매년 3월 14일, 통칭 화이트데이만 되면 여는 어디서 받았는지도 모를 사탕들을 무더기로 가져오곤 했다. 물론 이것은 화이트데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발렌타인데이, 빼빼로데이 등 데이란 데이는 다 이모냥이었으니. 그것들의 공통점은 좋아하는 이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이라는 것이며 여는 단 한 번도 공학에 다닌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여는 정말이지 여우같은 성품을 지녔다. 뭇 사내들의 시선을 독차지 하는 법을 본인 스스로가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곧잘 이용해들곤 했다. 아주 영악하게도. 한여름 작열하는 태양아래에 선 여가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려 체육복 윗도리를 들어올리곤 하면 숨죽여 지켜보던 새끼들의 침넘기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려올 정도였으니. 백설같이 하얀 피부, 앵두같이 붉은 입술, 그 누군가의 학창시절에 첫사랑이었노라 불리울 법한 청초한 얼굴을 하고서 여는 항상 한 발짝 뒤에 서서 그 시선들을 즐겼다. 하지만 여의 시선이 머무는 그 끝은 항상 같았고 그 곳엔 늘 김신이 있었다.
"에이 씨팔, 이런 게 뭐가 이쁘다고 내가."
책상 위에 무더기로 쌓인 사탕들을 쓸어담는 신의 손길이 익숙하다. 주는 이를 거절도 못하겠다, 그렇다고 제 손으로는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겠다 근데 또 먹기는 싫다며 말도 안되는 소리로 매년 징징대는 통에 그것들을 버리는 것은 늘 신의 몫이 된 탓이다.
"내가 안 이뻐?"
여가 굴러다니는 사탕봉지 하나를 까고 야살스럽게 혀를 내밀어 핥으며 신을 향해 윙크한다.
"끼부리지마."
신이 투박한 손을 들어 그 얄미운 이마에 꿀밤을 콩 쥐어박는다. 억! 볼썽사나운 소리가 뒷통수로 내리꽃혔지만 신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소각장으로 향한다. 여는 한껏 그 얄미운 뒤통수를 야리고 야리다 늘 그렇듯 신의 뒤를 따른다. 신은 고리타분했다. 깊은 호수처럼 잔잔하고 안전하고 그래서 더 위험하고. 깊으니까 절대로 발 들이지 말아야지하고 수십번 수백번 생각하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그 페이스에 말려들게 된다. 여에게 신은 딱 그런 존재였다.
"야 김신. 너는 그렇게 살면 재밌냐?"
쫄래쫄래 뒤따르는 여의 입이 쉴새없이 움직여댄다. 신은 귀찮다는 듯 말없이 꺼지라는 듯 휘휘 손을 내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