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요망*
글쓴이는 부산행과 풍선껌을 보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러므로 설정이나 성격이 날조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아마 많이 날조되었을 것입니다....
석우리환을 좋아하셨던 분들께 죄송합니다아.....
To. ㅂㅂㅇ
마음에 안든다 할지라도 너의 불만과 불평은 받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글이 매우 짧은 건 기분탓입니다.
앞으로 이런 리퀘는 다른 존잘님들에게 하도록 하거라 니가 상대를 잘 못 골랐다. 소곤.
나는 고자라서 야한거 못써..알자나......잘 알자나....
pS/ 초대장 배포관련=여성향에 부담없는 분, 초대장 보내면 바로바로 개설해주실 분 댓글에 메일 남겨주십시오.
석우리환
꽉 막힌 도로위의 신호가 더디게도 흘러간다. 잔뜩 주름진 미간과 손목시계를 몇 번이고 주시하는 날카로운 눈동자가 당사자가 얼마나 다급한지 또 예민한지를 고스란히 알려주고 있었다. 바이어 미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 속에서 석우는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갑갑한 마음에 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치고 차창을 내린다. 흩뿌려지는 연기로 부옇게 흐려지는 시야에 빡빡하게 줄지어선 차들이 들어오고, 한 번 더 한숨처럼 뱉어지는 연기와 함께 인도에 닿은 시선 끝에 이번엔 색다른 것이 들어온다. 온통 시꺼멓고 딱딱한 배경 속에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마냥 희안하게도 눈길을 사로잡는, 찬란하리만치 눈이 부신. 평소였다면 이런 쓸데없는 감상따위 집어치우고 그저 앞만 보고 내달렸을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이상하게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봄이 지척에 다가왔음에도 흐린 날씨탓일지도 모른다.
가지런한 머리카락, 가는 목선을 감싼 하얀 목폴라 니트, 연분홍빛 코트를 제 것처럼 소화해내는 그의 얼굴에서 석우는 눈을 떼지 못했다. 햇살 하나 들지 않는 잿빛 배경속에서 투명하리만치 하얀 그의 피부는 마치 바닥을 꿈틀거리는 온갖 추잡스러운 욕망까지도 무방비하게 투영시켜버릴 것만 같아서 두렵기도 한 것이었다. 석우은 꺼끌한 입안을 혀로 축였다. 꿀꺽 삼켜낸 덩어리가 목울대를 넘실거렸다. 나풀거리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꼽고 걷던 그가 갑자기 멈추어서선 이 쪽을 돌아본다. 시선이 공중에서 얽혀든다. 그제서야 멀어졌던 오감이 차차 덮쳐오고 빵빵- 클락션소리가 사정없이 귓전을 때린다. 도망이라도 가듯 황급하게 시선을 거두고 마른세수를 마친 그가 한손을 핸드 브레이크 위에 얹었다. 라디오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얼마전 수안이가 따라부르던 뽀로로송이 흘러나왔다.
-당신이 누구를 사랑할 수 있기는 해? 끔찍하리만치 질린다 당신이란 사람.
동시에 찾아든 두통과도 같은 기억에 지끈거리는 이마를 꾹 눌렀다. 서서히 멀어져가는 백미러 속의 자그마한 뒷통수에게 여전히 시선을 고정한 채.
*
창문으로 쏟아져내려오는 봄햇살을 묵묵히 받으면서도 사무실 내부는 여전히, 아니 늘 시린 겨울이었다. 유독시리 까탈스러웠던 고객의 전화를 끊은 석우의 입에서 낡아빠진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바람에 책상 위를 나뒹굴던 다 먹은 햄버거 껍데기가 나풀거렸다.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질 못하는 남루한 자신의 인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석우는 정말이지 열심히 살아왔다. 개미핥기라 손가락질 받는 인생일지 몰라도 최소한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거나 하는 어리석은 낯짝을 보인 적은 없다. 자신의 테두리 안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내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 된 것인지 정신차려보니 테두리 안의 유일한 딸이라는 존재마저 자신을 거들떠보질 않는다. 매번 반복되는 두통이 지끈거리며 머리를 두드린다. 석우는 이마를 짚으며 신경질적으로 햄버거 껍데기를 휴지통에 버렸다.
평소에도 뻐근하고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는 생각했는데 잦은 야근과 접대로 지친 몸은 결국 꼼짝없이 목과 턱이 움직이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진통제로 버티고 버팅기다 김대리의 추천으로 들어선 훈앤환 한방 병원에서 석우는 뜻밖에도 온 신경을 단숨에 한 지점에서 빼앗기고 말았다. 단정하고 봄볕처럼 따스한, 여전히 빛나는 그는 스치듯 눈에 담았던 그 날의 그가 맞았다.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쏠리는 듯한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그 날, 그 흐리던 하늘 아래서 유일무이하게 반짝이던 그 얼굴이 제 앞에서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서석우 환자분, 어디가 안좋으셔서 오셨어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서석우라는 이름 세 글자가, 그의 명찰에 적힌 박리환이라는 이름 세 글자가 도저히 믿겨지지를 않아서, 대답할 생각도 못하고 눈동자를 뻐끔거렸다. 하지만 그 찰나를 못참고 눈치없는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석우는 습관처럼 제 앞에 있는 상대에게 양해조차 구하지 않은 채로 다급하게 전화를 귀에 가져다 댄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고객과의 통화에 자신이 누구 앞에 있는지 이 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저릿저릿하게 뒷목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에 뒷목을 잡아쥐고 주무르는 지경인데도 도통 전화는 끊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리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와 의사를 투명인간 취급하고 제 할일만 하기 바쁜 환자라니,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질 않은가. 리환은 데스크에 자리한 포스트잇을 떼어냈다. 화가나긴 난 모양인지 꾸욱 글자를 세게 눌러쓰는 모양새가 꽤나 우스꽝스럽다. 그리고는 여전히 통화 중인 그의 눈앞에 그것을 팔랑 흔들어 보였다.
- 저는 누구랑 이야기 해야해요? 서석우 환자님?
석우는 제 눈앞에 흔들거리는 포스트잇의 내용을 곁눈으로 읽어내렸다. 순간 고객과 통화중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그만 웃음이 터진다. 기가 막힌 리환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진다. 웃어? 지금 웃은거야?
"아, 죄송합니다. 급한 전화라."
리환의 표정을 보고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깨달은 석우는 헛기침으로 웃음을 갈무리하고 기타 안건은 메일로 나누기로 한 후 휴대전화의 종료버튼을 눌렀다. 포스트잇의 꾹 눌러진 삐뚤빼뚤한 글씨가 제 딸 수안이를 떠올리게 해서 웃음이 났다는 말은 절대 하지 못할 것이다.
"바쁘신 건 알겠는데 저도 바쁘단 말이에요. 그리고 아까 통화하실 때 보니까 뒷목 계속 주무르시던데 오늘 내원하신 이유, 그거 맞죠?"
화가났을 법도 한데 그 와중에 뒷목을 주무르는 건 언제 본 건지, 석우는 얼떨결에 혼나는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시간 속의 몇 마디 나눠보지도 못한 대화를 통해서 석우는 리환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3일에 한 번씩 내원하셔서 침맞으세요, 완전 아프게 놔드릴거에요.
처음보는 이에게도 자연스럽게 깔리는 다정함과 오지랖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만한 잔소리.
-입술도 꺼칠하신거 보니까 위장도 안좋으시겠네요. 지어드리는 한약 꼬박꼬박 챙겨드시구요.
본인 스스로도 몰랐던 아픔을 끄집어 내어 보듬고 끌어안는 포용력. 이런 진상환자따위 무시하고 건성으로 대하면 그 뿐인 것을 삐쭉거리는 표정으로밖에 싫은 티를 내지 못하는 바보같이 착한 천성. 꼭 제 얼굴을 빼어닮은 투명한 미소까지.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기는 하냐고 당신은 말했지만 그래, 나도 몰랐는데 그럴 수 있더라고. 이렇게 눈을 떼지 못하는 거 보면.
서석우 환자님이 수안이 아버님이 되고 수안이 아버님이 서석우씨로 호칭이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았다. 턱과 목이 자유롭게 움직이고 더이상 내원할 필요가 없어 그를 볼 수 있는 핑계가 사라져갈 때 즈음 석우는 수완좋게 수안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인생에 있어 한 번의 실패를 이미 경험한 석우의 행동은 매사에 지나치게 신중해져서 리환에게로 가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실패를 두 번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아이의 성장과 건강을 핑계로 뻔질나게 울려대는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도 리환의 한의원에 눈도장 찍기를 수 개월, 이제는 제법 편해진 공기가 둘 사이를 감돌았다.
"석우씨는 좋은 아빠는 못되겠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일이 수안이 생일이던데."
"선물이라면 이미 줬습니다만."
당당하게 말하는 뽐새가 알만하다는 듯 리환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석우가 수안에게 줬다는 그 선물에 관한 것이라면 수안이에게 들어 이미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어린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고가의 게임기였지만 수안에게는 이미 어린이날에 받은 그것과 똑같은 색의 똑같은 게임기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툭 튀어나온 입으로 수안이 얼마나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었는지 리환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이에게 무엇을 선물했었는지도,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주제에 태연하게 당당한 표정을 짓는 눈앞의 남자가 순간적으로 너무나도 얄미워서 리환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곧 그 특유의 오지랖이 스물스물 고개를 치켜들고 완전히 수안의 감정에 이입된 리환의 입에서 조잘조잘 잔소리가 쏟아진다. 바짝 말라버린 사막에 단비가 내리듯 타인은 싫어할 법한 그 잔소리가 석우에게 있어서는 따뜻하게 흘러 들어오는 다정한 속삼임이고 생명의 숨결과도 같았다.
"본디 선물이란, 받는 사람이 좋아해야하는 거라구요. 수안이가 얼마나 생일을 기대했었는데요. 그 흔한 놀이동산을 한 번 안데려가셨다면서요. 제 말 듣고 있는거에요? 저기요, 석우씨?"
몽롱하게 풀어진 두 눈동자가 조잘대는 그 붉은 입술에 정신을 완전히 사로잡힌다. 리환의 손바닥이 석우의 눈 앞에서 갓 피어난 꽃잎처럼 하늘거렸다. 그것이 일으키는 옅은 바람 속에 섞여오는 잔잔한 꽃향기가 마치 천리길을 마다하고 퍼져나갈 것 같아서 기분이 미묘하게 뒤틀렸다. 저 시선에, 입술에, 숨결에, 손짓에 오직 나 하나만 담겨있었으면 좋겠는데. 그 누구도 닿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순간적으로 타오르는 감정에 평소의 그답지않게 이성의 끈을 유지하지 못하고 페로몬이 겉잡을 수 없이 흘러나왔다. 눈 앞에서 흔들리던 리환의 손이 흠칫거리며 정지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됩니까?"
석우의 시선은 여전히 리환의 붉은 입술에 고정되어 있었다. 명백한 도발이었다. 아예 작정하고 토해내는 알파, 그것도 우성알파의 페로몬에 리환의 손이 저절로 바들바들 떨리며 데스크 위로 떨어졌다. 열성오메가인 리환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라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후- 짧은 탄식을 뱉어낸 그의 미간이 불쾌함으로 잔뜩 찌푸려진다. 이게 무슨 미친 짓거리냐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를 않는다. 말없이 흐트러진 숨을 간간히 내뱉는 리환을 바라보던 석우가 손을 뻗어 데스크 위의 그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얹었다. 움찔거리며 내빼려는 것을 힘을 주어 내리 누른다. 얼마나 닿고 싶었던 살결인가, 얼마나 갈망해왔던 순간인가.
"데이트 신청치고 너무..무례하잖아요.."
희고 기다란 그 손가락을 쓸어 올리다 봉긋하게 도드라진 손목뼈를 지분거렸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아-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것과 동시에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 난잡한 정복욕이 일제히 절그럭거렸다.
"그래서, 거절입니까?"
처음부터 모르지 않았다. 내원할 때마다 늘 노골적으로 자신을 훑어내리던 석우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리환은 어리지도 어리숙지도 않았다. 수안이를 핑계로 한의원을 찾아와서는 정작 수안이는 안중에도 없이 휴대전화만 붙들고 업무를 보는 남자였다. 무언가에 쫓기기라도 하듯 숨가쁘게 달리는 그의 인생이 잔뜩 주름진 미간에 고스란히 드리워져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숨이 턱턱 막히게도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곁눈으로 저와 눈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언제 그랬었냐는 듯 주름이 지워지고 매섭던 눈가가 강아지처럼 온순해지곤 했다. 그렇게 티를 내는데 모를 수가 없질 않는가. 그리고 남자는 지독하게도 리환의 취향이라 자신의 시선 하나로 그가 부드럽게 표정이 풀어지는 것을 보며 알게모르게 쾌감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리환의 시선이 석우의 손가락에 가닿는다. 그 언젠가는 반지가 존재했었을 약지를 지그시 바라보다 결심한 듯 입을 뗐다.
"인상 쓰지 마세요. 담배도 좀 줄이시구요. 수안이가 생일에 놀이동산 가고싶대요."
"...."
"그리고.."
리환은 데스크 위에 엎어져있던 손을 뒤집어 제 손등 위를 집요하게 지분거리던 석우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와 동시에 리환의 은은한 꽃향기가 넘실거리듯이 흘러나와 진료실 안을 가득 메웠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석우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수줍은 듯 푸욱 고개 숙인 리환의 귓가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저녁에 시간 많아요."
Cool whispers drift from the north on the night.
북쪽의 밤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시원한 속삭임의 표류
Yet you warm my heart for we hold the light.
당신은 우리가 빛을 붙들게하려 나의 심장을 따뜻하게 했어.
The land must fade from green into white.
대지는 초록에서 백색으로 흐려져야 했지.
Hush my heart this love is a fire.
내 심장을 잠재워줘. 이 사랑은 불같아.
This love will burn like a fire.
이케요시히로- Cool whispers 를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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