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完
이번 달은 시험의 연속.
다다음주까지 계~~~~속.
제발 모두 합격하기를.
우리에게는 아주 작은 틈이 생겼다. 그 틈을 뭐라고 어떻게 설명을 해야 좋을 지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좋지만은 않은 틈임에는 틀림없었다. 작은 틈이 큰 구멍으로 발전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3일만에 얼굴을 마주했는데도 마치 3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만 같은 이 이질적인 느낌은 안그래도 성미가 다급한 나를 충분히 미치게 할 만 했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심하게 떨거나 할 때면 주위에서 왜 이렇게 불안에 떠냐고 걱정을 해왔지만 오로지 내 시선은 녀석만을 향했고 내 귀는 녀석의 목소리에만 귀기울이고 있었다. 요리조리 잘도 나를 피하는 모양새를 보자니 마치 나 혼자 바보가 된 것 같은 엿같은 기분이란 말이다. 하지만 내쪽에서 먼저 다가갈 수도 없었다. 이 것 역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무언의 규칙이 생겨버린 것 같달까. 용서할 때까지 기다리겠노라는. 그러니 녀석이 먼저 내게 다가오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나는 이제 머릿속에 온통 앨런이라는 이름 두 글자만 동동동동 떠다녔다. 내 불안함을 인식한 몸은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게 만들고 안그래도 떨고 있는 다리를 더 역동적으로 떨게 만들었다.
"크흠!!"
눈이 번뜩 뜨였다. 깜짝 놀라 떨구었던 시선을 들자 헛기침한 주인공이 누군지 눈이 인식하기도 전에 녀석의 향기가 코에 와닿는다. 떨던 다리가 저절로 멎었다. 꿀먹은 벙어리처럼 녀석을 바라만 봤다. 미안하단 말을 먼저 해야할 지 안녕이란 인사를 먼저 해야할 지 오늘 날씨가 좋은데?라고 해야할 지 두서없는 생각들이 나를 더욱 깊은 나락으로 끌고 들어갈 때 쯤 녀석이 다행히도 먼저 말을 건네주었다.
"밥..사주세요.."
비로소 둘 사이의 결코 짧지 않은 침묵이 깨졌다. 오랜 걱정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다가 슈욱하고 김이 새버리듯 긴장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아마도 '나는 안도하고 있다'는 것이 표정에 드러났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녀석의 조그만 얼굴에 떠오른 동정의 빛조차 그저 반가울 뿐이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재킷을 집어들었다. 가까운 곳에 맛있는 음식점이 있었던가를 운전하는 내내 고민하다 끝끝내 아주 익숙한 골목으로 핸들을 돌렸다. 마이 하우스로 말이다. 집차고의 문을 열때서야 벙벙하게 있던 앨런이 입을 열었다.
"집에는 왜요?"
"꼬마 영양보충 좀 해주려구."
오랫동안 아니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꼬깃꼬깃한 앞치마를 대충 탁탁 털고 허리에 감는데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 것을 허리에 두를 날이 또 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파에 앉아 내 요리를 기다리고 있을 녀석을 생각하니 손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특별하게 어떤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내 사소한 배려들이 녀석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짜잔하고 완성해낸 파스타를 눈앞에 두고 녀석이 맛있어 할까하고 생각했던 것도 잠시 양 볼 가득 음식을 채우고는 오물거리면서 먹고 있는 앨런을 보자니 먹지 않아도 포만감이 든다는 기분이 바로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앨런은 한창 성장기이기 때문인지 천성이 그런지 모르겠지만 평소에도 의외로 먹성이 있는 꼬마였다. 음식점을 가도 요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내 접시는 반정도가 비워진데에 반해 앨런의 접시는 항상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덕분에 통통하게 오른 바알간 볼을 보고있으니 당장이라도 앙하고 깨물어 주고싶은 욕망이 치밀어 올랐지만 입가에 묻은 음식을 떼어 주는 척 손가락으로 한 번 쓸어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한참을 꾸역꾸역 말없이 음식을 밀어넣던 녀석이 불현듯 생각이 났다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며 고개를 들었다. 아직 음식이 입안에 가득 차 말을 하기 힘들어 보이는 녀석의 손에 물잔을 뒤어주면서 나는 천천히 기다려 주었다. 그런데 조금 뒤 녀석의 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혹시 죄책감..때문이라면 이렇게까지 저한테 잘해주지 않아도 돼요.."
나는 놀랐다. 내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고 있던 부분까지 녀석은 세세하게 생각하고 혼자 고민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그리고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만약 내가 죄책감때문에 오늘 집에 자신을 초대를 하고 요리를 했다고 생각했었다면 이 음식들을 어떤 심정으로 먹었을지 대충 감이 왔기 때문이다. 녀석은 나보다 20센치는 작은 키와 14살은 어린 나이를 가졌지만 생각하는 건 가끔 나보다 더 어른스러울 때가 있어 나를 당혹케 만들곤 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처럼.
"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어째서 내가 너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단지 죄책감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거지?"
"..화나게 했다면 죄송해요. 단지.."
"단지?"
"단지.. 부담주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딱히 심하게 몰아붙일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그런 모양새가 된 것 같아 조금 뜨끔했다. 하지만 나의 진심이 '죄책감'이라는 허울에 덮어씌워져 무시당한다는 것은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욱 기분이 상한 것은 녀석의 붉어진 눈시울과 축 처진 어깨였다. 어른스러운 듯 하다가도 때묻지 않은 꼬마의 천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똑 부러지듯 할 말을 다 내뱉다가도 곧바로 저렇게 움츠러들고 기가 죽는다. 어떤 것이 진짜 녀석의 모습일까. 그리고 녀석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선 나를 어떤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행여나 내가 녀석에게 부담이 되고 있진 않을까.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조금만, 정말 아주 조금만 녀석의 마음을 열어 속을 들여다 봤으면 좋겠다.
"이봐. 나는 부담되는 사람을 곁에 둘 정도로 낙천적인 사람이 못 돼."
녀석의 볼이 발그스레해진다. 잔뜩 긴장됐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을 보니 그제서야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사람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저 쪼그만 녀석은 내 마음 속에서 이제 제법 큰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다이나마이트를 가슴에 품고 스위츠를 녀석에게 내다맡긴 격이랄까. 하루 1시간 1분 1초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이렇게도 공중에서 줄을 타듯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결코 이 줄에서 떨어질 생각도 내려갈 생각도 없다.줄이 끊어져버리지 않는 이상은.
**
저번 주 집에서 함께 식사를 마칠 때 쯤 조만간 촬영장에 들르겠다고 예고한 앨런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이 많이 든데다 스케쥴이 없어 어차피 할 일이 없으니 구경이나 하러 오고싶다나. 그리고 그 들르기로 한 날을 오늘로 정했는지 아침부터 폰액정에 짤막한 메시지가 떠있다. 짤막한 단문 옆의 귀여운 이모티콘까지 쓰여져 있는 문자를 보니, 전화하는 것조차 귀찮은 나와 확연히 다른 신세대스러움이 와닿아 새삼 나이차가 실감이 났다.
쉬는 타이밍에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니 멀리서봐도 익숙한 조그만 머리통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지금 이 광경은 썩 유쾌하지 못한 광경이었다. 앨런에 관해 그다지 좋지 않은 발언을 일삼았던 조지가 그의 곁에 바싹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문득 앨런이 걱정이 됐다. 녀석을 좋지 않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당사자에게 호의를 베풀리는 없을 터이니 말이다. 나는 발걸음을 조금 더 서둘렀다. 그리고 곧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한 충동적인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조지는 앨런의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고는 움찔하는 녀석의 귓가에 대고 정확한 발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끊어 말하며 비수를 꽂고 있었다. 「I. loathe. you.」 나는 그 주둥아리가 닫히는 것을 보자마자 앨런의 손목을 낚아챘다. 갑작스레 잡혀서 손목이 아픈지 비틀어 빼내려는 것을 더욱 세게 꾸욱 잡고 내렸다. 엿같은 주둥아리의 주인공은 「Hey! Alex」여유롭게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해온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살인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 당장은 저 엿같은 놈보다 앨런 본인에게 더 화가 났다. 더욱 분노를 느꼈다. 나는 대꾸도 하지 않고 앨런을 잡아끌고 촬영장을 벗어났다. 대충 길가쯤에 내던지듯 손목을 놓자 녀석이 반대쪽 손으로 손목을 매만지며 이유를 추궁하는 듯한 눈동자를 내비춘다.
"말못하는 벙어리야? 아니면 단순히 병신인건가?"
"... ..."
"아아~. 아니면 엉덩이가 만져지는 걸 즐기는 건가? 그래?!!!!"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저도 제 소문이 어떻다는 것 쯤은 알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제가 뭐라고 말을 해요! 전 단지 나는 아니니까. 나만 아니면 되니까....!"
"그게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몰라?!!!! 지금 나 엉덩이 가벼워요 광고하고 다녀?!!!"
감내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과 단지 어리석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녀석의 저 어리석음에 화가 난 것이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녀석은 발끈하고 고개를 들었다. 두 눈가는 바알갛게 젖어 당장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았지만 입술을 꼬옥 깨물고 참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슨 상관이에요! 바보같은 짓을 하고 다니던 말던 그냥 내버려두세요!"
녀석은 끝끝내 내게서 등을 돌리고야 만다.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한 블록, 두 블록 멀어져 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그 몇 분이라는 찰나에 나는 결국 또 돌이킬 수 없을 실수를 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녀석 앞에 다시는 후회하는 일 따위 없을거라 다짐했는데 나야말로 얼마나 어리석은 인간인가.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나는 녀석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천천히 가속도를 붙였다. 녀석은 단지 소문이 어떻든 내가 믿어주길 바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믿음을 주기는 커녕 몰아세우기만 했다. 고개를 푹 숙이며 걸어가는 녀석의 뒷통수가 이제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다. 나는 더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힘차게 달려가 녀석의 팔을 움켜잡고 돌려세웠다.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나는 격정을 억지로 억누르며 녀석을 두 팔 가득 껴안았다. 그러자 봇물이 쏟아지듯 앨런의 눈에서 눈물이 넘쳐흘렀다. 어린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우는 앨런을 나는 좀 더 힘을 주어 꽉 껴안았다. 들썩이던 녀석의 어깨도 조금씩 가라앉는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시선을 나와 맞추게 했더니 녀석은 그런 내 손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마치 서로의 마음이 전이된 것처럼 내면으로부터 깊이 녀석을 향한 사랑스러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내 손을 만지작 거리는 녀석의 손목을 잡고 허리를 숙였다. 희미하게 열린 입술에 세상에 둘도 없을 달콤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조용하고 깊게 그렇게 우린 한데 얽혀들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닿을 듯 말듯한 미묘한 거리, 그 아슬아슬한 균형을 깨뜨린 것은 내가 아닌 앨런 쪽이었다. 녀석은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자신의 입술을 내게 살며시 겹쳐왔다. 맞닿은 순간 나는 참지 못하고 격렬하게 녀석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신음하며 비틀거리는 녀석을 번쩍 들어 침실로 걸어가는 와중에도 결코 입술을 놓지는 않았다. 화상이라도 입을 듯 뜨거운 혀에 사로잡힌 채 마음 속 녀석을 향한 간절함을 모두 쏟아내버릴 듯한 정열적인 키스였다. 깊은 키스에 숨이 막히는 지 녀석이 가슴을 살짝 밀어낸다. 어딘지 모르게 얄미워 숨을 색색 고르는 녀석의 파르르 떨리는 목울대를 세게 깨물었다.
"윽! 아파요. 강아지도 아니고 왜 깨물고 그래요."
"발정난 늑대라고 해두지."
꺄르르르 웃는 녀석의 천진한 모습에 절로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 참으로 녀석다운 유혹답지 않은 유혹이다. 서둘러 입고 있던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몸을 겹쳤다. 살과 살이 맞닿았다. 약간은 차가운 내 몸과 달리 따스한 온기를 지닌 녀석의 맨살이 기분이 좋다. 이제 더이상 둘 사이를 가로막을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 다는 생각에 흥분된 분신이 딱딱해진다. 녀석의 등을 어루만지며 나는 새삼 다시 느꼈다. 줄곧 녀석에게 굶주려 있던 자신을. 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비밀장소에 숨겨놓고 녀석의 존재 전부를 손에 넣고 싶었다는 것을. 아주 오랫동안 갈망했다는 것을.. 꾸욱 억누르고 있던 녀석에의 욕망이 분수처럼 터져나왔다.
앨런의 젖살오른 가슴부근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더듬으며 마치 고급요리의 향을 맡듯 음미했다. 새하얀 피부에 걸맞는 붉은 유두를 건드리자 녀석의 하반신이 음란하게 흔들린다. 탐스러운 엉덩이를 꽉 움켜쥐자 녀석이 눈가를 찌푸리며 「변태」란다. 그 말에 응수하듯 딱딱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앨런의 분신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화들짝 놀라는 솔직한 반응에 웃음이 나왔다. 조금 더 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녀석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느닷없이 녀석의 분신을 입으로 물어버렸다.
"흐으응!!"
달큰한 교성이 튀어나왔다. 가볍게 깨물어 주는 것을 시작으로 소리가 날만큼 끈적하게 빨아 올렸다. 녀석은 쾌감에 휩싸여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크게 신음했다. 녀석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놓은 탓에 머리가 엉망이다.
"아아...하읏!!"
등을 뒤로 젖힌 채 허리를 비틀며 절박한 신음을 한다. 앨런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속에 사정하고야 만다.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쾌감의 여운을 느끼듯 눈을 감고 있는 앨런의 심장부근에 입술을 가져갔다. 녀석의 심장박동소리가 입술을 타고 전해진다. 「네 신음소리가 얼마나 날 미치게 하는 줄 알아?」라고 묻자 녀석을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 한다. 시선을 애써 다른 데 돌리며 쑥스러워하는 그 모습이 또 흥분을 유발시키는 동기가 되어 미릿속이 어지럽다. 하지만 처음으로 관계를 가질 뻔 했던 날 처음이라 두렵다던 그 모습과 저번의 나의 터무니없는 실수로 녀석을 강제로 안았던 것이 생각이 나 그 어느때보다 조심스러웠다. 엉덩이 부근을 천천히 주물럭거리며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넣어도 될까?」녀석은 어쩔 줄을 모르더니 대답없이 조용히 내 허리에 손을 감는다. 이것을 신호로 녀석의 입구에 분신을 맞대고 아주 천천히 유리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밀어넣기 시작했다. 녀석은 고통스러운지 옅은 신음을 흘리며 허리를 감았던 손에 힘을 준다. 나는 녀석의 꼬옥 감은 두 눈에 키스를 하고 바알개진 귀를 어루만지며 달래주듯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아!앗!」딸꾹질을 하듯 짧게 끊기듯 뱉어내는 신음에 쾌감이 치솟은 나는 점차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좀 더..라는 욕망에 뒤덮임과 동시에 갑자기 깊숙하게 찔러넣자 깜짝 놀란 녀석이 구멍을 꽉 조여온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짜릿한 전류가 흘렀다. 자꾸만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교성이 부끄러운지 입을 막으려 드는 팔을 잡아 머리 위로 고정시킨 채 녀석의 입술을 머금었다. 목소리며, 숨결이며 모두 빼앗아버리겠다는 심정으로.
극도로 흥분한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 숨이 끊어질 듯 신음하는 녀석의 음란한 모습에 이성이 어디론가로 날아가 버린 듯 했다. 더이상 길게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아..흣..미칠 것 같아..앨런.."
"아아..아!..앗!!"
머릿 속에서 유리가 산산조각 깨지는 듯한 느낌이 듬과 동시에 앨런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욕망을 흘려보냈다. 쾌감의 아쉬움을 붙잡고 녀석의 자그마한 손에 손바닥을 겹쳤다. 아기같이 작고 보드라운 손에 다시 감각이 마비되는 듯 했지만 입술을 겹치고 질리지 않는 키스를 몇 번이고..몇 번이고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한없이 달콤했고,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스러웠다. 품안으로 파고드는 녀석의 보드라운 뺨을 계속 어루만져주자 편안한 표정으로 숨을 색색 고른다. 잠의 나락으로 천천히 빠져드는 앨런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며 이마에 쪽 소리가 나는 가벼운 입맞춤을 했다.
"Good night my tiny lover."
녀석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옷가지들을 들고 샤워실로 향하는데 자켓주머니에서 찰랑이는 소리가 난다. 오로지 녀석만을 위해 준비한 여분의 집 열쇠. 나는 열쇠를 받게 될 앨런의 표정을 상상하니 다시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충동이 들어 샤워기의 물을 틀고 차가운 물에 머리를 식혔다.
이제 녀석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 되어줄까. 초조한 물방울이 똑똑 떨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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