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케익 完
며칠 전 25일이 알렉스 생일이었죠 기념소설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아..내일이시험인데 이러고 있네요...
서른 셋인지 서른 넷인지 서른이 넘어가고부터는 그다지 나이에 개의치않았다. 올해는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건만 친구놈들이 성대하게 파티를 열고야 만다. 대낮부터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진탕 취해서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여자들과 부비적거리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12시를 가리킨다. 오늘의 주인공이 어딜 가냔 친구놈들의 말을 깡그리 무시하고 파티장을 벗어났다. 맥주병을 들었던 오른 손은 얼음이 동동 뜬 물잔을 들었고, 왼 손으론 미간을 지그시 누르며 지친 눈을 풀었다. 한참을 소파에 앉아 있다 이제 잠을 청하려 침대로 발길을 돌리는데 띵동- 명쾌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이 새벽에 찾아온 걸 보니 술에 쩔은 친구놈인가 싶어 다소 신경질적으로 문을 거칠게 열어재꼈지만 의외의 손님에 어리벙벙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늦은 시간에 죄송해요...."
"아냐, 근데 이 시간에 갑자기 웬 일이야?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보통 이렇게 어린 소년이 새벽1시에 타인의 집 문을 두드리진 않으니 나는 진심으로 걱정스러움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앨런은 그 특유의 발그레하게 달아오르는 얼굴로 잠시 쭈뼛거리더니 내 앞에 두 손으로 무언갈 불쑥 들이민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생일 축하해요.."
누군가가 나의 중요한 기념일을 챙겨준다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기쁜 일이지만 그 상대 중에 요 꼬마녀석이 포함되었다는 것이 왜이렇게 고맙고 두근거리는 지 모르겠다. 얼떨결에 받아든 귀여운 케익상자는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였는데 그게 또 앨런과 묘하게 닮아 있어 상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럼 시간도 늦었고, 전 이만 가볼게요.."
"들어와서 자고가. 니 말대로 시간이 늦었으니 말야."
그리고 생일 축하하러 새벽에 달려와준거도 고맙고 말야. 덧붙이며 미처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앨런의 손목을 잡아 끌고 문을 닫아 걸었다. 갑자기 끌어당긴 탓에 비틀거리는 녀석이 또 왜이렇게 귀엽게 느껴지는지.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건네줬더니 소파 위에 꼬그리고 앉아 5번씩 소매를 접어가며 낑낑거리고 있다. 내 트레이닝복이 저렇게 앙증맞았던가? 새삼스러울 따름이다. 녀석이 그렇게 낑낑댈동안 나름의 손님접대용으로 따뜻한 코코아를 타 왔다. 공손하게 두 손으로 머그컵을 받아드는 모습이 영락없는 꼬마였지만 가느다랗고 조그마한 손이 머그컵을 천천히 감싸는 데 넓은 소매 사이로 살짝 보이는 도드라진 손목뼈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손님용방은 2층에 있어. 피곤할텐데 올라가서 자."
괜히 혼자서 민망해진 나는 탁자 위의 신문을 들었다 놨다, 소파 위의 쿠션은 옆으로 옮겼다 뒤로 뺐다 청소하는 척 하며 넌지시 침대로 향할 것을 권했다. 그러자 고개를 두 어번 끄덕이더니 이내 고맙댄다. 나는 그 참을 수 없는 갈색 밤톨머리를 쓱쓱 쓸어주곤 등을 돌려 내 침실로 향했다.
너무도 오랜만에 내 집에 누군가를 들여 잠을 재우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도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는다. 내 침실의 바로 위에 녀석이 있다. 부스럭거리다 정면으로 누워 녀석이 있을 윗 천장을 향에 오른 쪽 손을 길게 뻗어 공을 쥐듯 손을 오므려 주먹을 꼬옥 쥐어 본다. 14살이나 어린 순진한 꼬마녀석이다.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잡념섞인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팔로 두 눈을 가렸다. 그 때였다. 똑똑똑- 오늘만 두 번째로 듣는 소리다.
"....자요?"
"아직. 들어와. 방에 뭐 문제라도 있어?"
"아뇨..낯선 곳이라 그런지 잠이 잘 안와서요..거기..옆에 같이 누워도 되요..?"
저런 표정으로 부탁하는데 쉽게 끊어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나는 말없이 내 옆자리를 탁탁 두 번 내리치며 앨런을 내 옆으로 불러들였다. 그러자 고양이처럼 자박자박 걸어서 이불 속으로 쏙 들어온다. 그리고나서 한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유지됐다. 이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달래보고자 대화를 하기로 결심했다.
"네 촬영분이 끝난 기분이 어때?"
"아쉽고..허전하고 또..심심해요."
너무나도 어린애다운 대답이다싶어 그만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그랬더니 녀석이 뭐가 그렇게 웃긴거냐며 몸통을 내 쪽으로 돌려 눕는다. 끝내 웃은 이유를 말해주지 않자 심통이 났는지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손장난을 친다. 어서 말해주세요~라고 어리광을 부리면서. 골려줄 생각으로 그 손목을 움켜잡고 녀석의 배 위에 올라탔다. 하지만 가까워진 숨결과 맞닿은 체온과 날 향한 녀석의 올곧은 눈둥자는 내 온 몸이 타오르는 듯한 기분으로 만들었다. 녀석의 손목 역시 데일 듯이 뜨겁다. 나는 느린 속도로 녀석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댔다. 그리고 반응을 살피듯 그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녀석 역시 거부하는 리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아..나와 같은 마음이었던 것일까.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이제 더이상 거리낄 것이 없었다. 녀석의 입술을 미친듯이 탐했다. 츄릅하는 외설적인 소리가 주위를 맴돌았고 녀석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움찔거리면서도 키스를 다 받아낸다.
"흐으응.."
녀석의 아찔한 흐느낌이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미끄러지듯 헐렁한 트레이닝 셔츠 속으로 손을 밀어넣어 녀석의 아름다운 등의 곡선을 쓸어올렸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근육이 말랑말랑해서 마치 껍질 벗긴 복숭아의 보드라운 속살과도 같다. 손가락 끝에 다다른 목 뒤 언저리의 솜털까지 숨막힐듯이 사랑스럽다. 다급하게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녀석의 탱탱하게 올라붙은 엉덩이를 한 손에 꽉 쥐었다. 그러자 녀석의 달뜬 신음소리가 툭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대로 속옷까지 단번에 끌어내리려고 행동을 취하자 녀석이 갑자기 팔 부근의 셔츠자락을 움켜쥔다.
"자..잠깐만요. 잠깐..잠깐만요.."
앨런의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맑은 눈동자와 마주하고 나서야 나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마치 아동성폭행범이라도 된 것마냥 무안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그것을 인지한 순간 온 몸에 기운이 쫙 풀려 녀석의 몸 위에 쓰러지듯 몸을 포개어 목 부근에 얼굴을 묻었다. 녀석은 미안했는지 자연스럽게 내 등뒤로 손을 두른다. 아직도 식지 않은 열기는 녀석의 향긋한 체취를 끊임없이 뇌로 전달하고 있었다. 이 아이를 가지고 싶다.
나는 녀석의 모든 것을 정복하고 싶다고 ,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