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울고 깨도 볶아야죠...인간의 명은 짧으니까요..ㅠㅠ
그나저나 지인분이 그러더군요. "야 니 글은 두 사람이 쓰는 거 같아."라고.
진실은...술을 마시고 썼냐 맨정신으로 썼냐의 차이입니다..네....주당입니다....주정뱅이에요....사실 제가 쓰고 기억못하는 거도 있어요.....댓글보고 내가 그런 것도 썼나? 할 때가 있.......죄송합니다....네..
김신이혁
다시 시작 04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완전히 쏟아내고 이해했던 그 날 밤 이후로 신과 혁의 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로 그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신이었지만. 그 시작은 사소한 문자에서부터였다. 원래대로의 혁의 일상이라고 하면 잦은 잠복수사로 인해 불규칙해진 수면시간으로 머리에 까치집 가득 짓고 어슬렁거리며 냉장고문을 열어재끼는 그런 다소 고리타분하고 꾀죄죄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못한 일상 속에 소소한 기대감이나 설레임같은 것이 추가되어져 있는 형태다. 예를 들자면 밤샘 잠복으로 꾸벅꾸벅 차안에서 졸 때면 '많이 힘들죠? 기운내요.' 밥시간이 되면 '많이 먹어요.' 퇴근길 터덜거리며 골목길을 걸을 때면 '고생했어요. 잘자요.' 등등. 혁은 늘 신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감정이 간지럽기도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답장을 잘 보내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신은 늘 한결같이 연락을 취해왔다. 그렇게 썸을 타듯 연애를 하듯 모호한 관계가 수 개월이 지속되고 신의 행동은 조금 더 과감해졌다. 갑자기 강력계로 사식을 넣어 곤란하리만치 친분을 과시한다던지 연락도 없이 갑자기 불쑥 나타나 심장마비로 돌연사할 뻔할 일을 만든다던지 하는 그런 유치한 행동들이었고 혁은 결국 쌓이고 쌓이다 뻥 터진 스트레스를 표출하고야 만다. 오늘도 역시 퇴근길을 급습한 푸른 불꽃의 어리석은 사내에게.
"김신씨는 할 일이 그렇게 없습니까?"
"너무 많아서 곤란한 얼굴로는 안보여요?"
"네 전혀요."
아무리 전생 뭐 그 옛날에 정인이었다고는 하나 엄연히 지금은 강력계 형사고 보는 눈도 많고 너무 그렇고 그런 적극성은 곤란한 것 아니냐는 혁의 투덜거림에도 신은 들은 둥 만둥이었다. 그 태도에 더욱 화가난 혁이 뭐라고 한 마디를 더 덧붙이려는 찰나 비루먹게도 혁의 배꼽시계가 꼬르륵- 활기차게도 울려댄다. 순간 정적이 이어지고 민망함에 화르륵 얼굴을 붉힌 혁은 괜히 볼을 긁적이며 딴청을 피우다 성큼성큼 신을 지나쳐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혁의 참을 수 없는 귀여움에 피식-웃음을 흘려보낸 신이 재빠르게 혁의 발걸음을 따라잡아 그 손목을 채어 잡았다. 혁의 얼굴에 당혹스러움과 놀라움이 채 자리하기도 전에 신은 그 손목을 놓치지 않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굽이굽이 골목을 돌고 또 돌아 어느 모퉁이에 엉뚱하게 자리한 나무문을 신기하다고 생각할 때 즈음 신이 익숙한 듯 그 문을 활짝 열어재낀다. 환한 빛이 눈동자를 파고들고 깜빡 눈을 감았다 뜨자 어둑한 골목은 꿈처럼 사라지고 포근하고도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아..여긴.."
감탄할 새도 없이 혁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쥔 신이 자연스럽게 기나긴 식탁이 놓여진 곳으로 데려가 앉힌다. 어정쩡한 자세로 앉혀진 혁이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신을 바라보았지만 당사자는 그저 빙긋 웃어보일 뿐이었다. 곧 뚝딱뚝딱 칼질하는 소리와 후라이팬의 달그락 소리를 듣고 나서야 혁은 신이 자신의 저녁을 챙기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조금 전까지 괜히 버럭했던 자신이 조금은 미안해져 볼을 한 번 긁적인 혁이 주방 쪽으로 슬며시 고개를 들이민다. 남자 혼자사는 살림이라 어떨까 싶었는데 꽤나 익숙한 포즈로 요리를 하는 모습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자신이 할 수 있는건 고작 라면 끓이는 것이 전부인데 말이다.
"요리를 잘 하시나봅니다."
"뭐..오랜 시간 혼자 지내다 보니.. 아, 혹시 가리는 음식 있어요?"
"뭐든 잘 먹습니다.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닌지라."
사실 그랬다.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이라도 배불리 제대로 먹을 수 있다면 그 날이 곧 럭키데이다. 식사는 대충 빵이나 컵라면으로 떼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렇게 타인이 직접 해주는 집밥을 맛보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다. 그것도 척 봐도 값비싸보이는 접시 위에 번지르하게 얹어진 스테이크는 특히나. 혁은 어설픈 손놀림으로 몇 번 칼질을 시도하다 끝내 고기를 거의 뜯다시피 했다. 큼지막하게 뜯어진 고깃덩어리가 우걱우걱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신은 웃음이 났다. 늘 형형색색의 신선한 채소에 비율과 조화가 완벽한 소스를 추구하던 그 얼굴이 야만적이라며 손사레치던 그 고기를 입에 우겨넣는 모습은 정말이지 새롭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혹시 그거 아십니까?"
갑작스런 혁의 질문에 신의 칼질이 멈췄다.
"저한테서 자꾸 뭔갈 찾아내려고 하신다는 거."
신의 얼굴에서 여유롭던 웃음이 지워졌다.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식탁 위를 황량한 정적이 배회했다. 꾸욱 쑤셔넣던 고기를 빠르게 삼켜낸 혁이 신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천천히 나이프를 내려놨다. 늘 거슬렸다. 신은 한결같이 자신을 바라보았지만 또 한결같이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다. 항상 그 시선의 끝에는 이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또 그의 아픔일 것을 알기에 굳이 이야기를 꺼낼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수 개월 동안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어느 순간부터 주변을 맴도는 신을 보면 화가 났다. 너무나도 다정한 그 손길과 너무나도 따뜻한 그 눈빛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전, 이혁입니다. 당신이 상스럽다던 욕도 곧잘 하고, 야채보다 고기를 선호하고, 이렇게 격식있는 자리보다는 골목 뒤 포장마차에서 마시는 소주 한 잔이 더 잘 맞는. 그러니까 제 말은.."
"내가 그걸 모르리라 생각해요?"
말을 싹뚝 잘라먹는 신을 혁은 어정쩡하게 쳐다봤다. 표정이 없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도통 읽을 수가 없었다. 평소처럼 실없이 웃지를 않으니 날카로운 눈매가 위협적으로 다가와 혁은 괜히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화가난 것은 자신인데 왜 신이 더 화가난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말하지 말 것을 그랬나 새삼 후회감이 밀려왔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것이니 하는 수 없이 담담한 척 위장하며 신의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하- 탄식과 함께 신은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은 겉은 차가워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추위를 많이 타서 주머니에서 손 꺼내는 걸 가장 싫어하지. 걸을 땐 항상 왼 쪽 발부터 내밀고, 말을 할 땐 고개를 비스듬히 트는 습관이 있어. 고민이 있을 땐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달콤한 음료를 마시고, 예민해서 자그마한 소리에도 쉽게 잠을 설치곤 해."
"....."
"그리고..당신은 날 좋아하지 않지."
신의 눈동자에 어두운 안개가 가라앉았다. 혁은 뒤늦게서야 자신이 그에게 취한 말과 행동을 후회했다. 자기 자신도 몰랐던 사소한 습관이나 몸짓을 신은 모두 기억하고 외우고 있었다. 늘 자신을 향하던 그 눈길은 다른 누군가를 찾으려던 것이 아니라 온전한 자신을 알기 위한 그의 노력이었음을 모르고 그런 그를 벼랑 끝으로 내 몰아간 것만 같아 죄책감에 울컥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먼저 시선을 피한 것은 신이었다. '배불리 먹는 모습 봤으니 됐어요. 데려다 줄게요. 일어나요.' 비워진 접시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도 혁은 숙여진 고개를 들지도 몸을 일으켜 세우지도 못했다. 자꾸만 심장이 아리고 코끝이 찡하게 진동했다. 코트를 걸치고 쩔렁 차키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터벅터벅- 바닥에 울려퍼지는 신의 발자국 소리가 쿵-쿵- 심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혁은 그때서야 팔을 뻗어 스쳐가는 신의 코트자락을 붙들었다.
"누가 그래요?"
혁의 목소리가, 옷자락을 붙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신은 다소 놀란 눈을 하고 혁을 내려다봤다.
"내가 그 쪽 안좋아한다고 누가 그래요?"
신의 눈이 더 없이 커졌다. 떨리는 그 손을 감싸 쥐고 발갛게 충혈된 눈을 마주했다. 내민 손길이 떨리는 목소리가 곧 울 것 같으면서도 올곧게 바라보는 그 눈동자가 혁이 얼마나 큰 용기를 낸 것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자신이 옹졸하고 비겁했다. 더 넓은 마음으로 헤아렸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많이 혼란스러운 것은 혁일 것인데. 어린 아이처럼 그것 하나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당신을 좋아하는 나는 이렇게 멍청이일 수가 없어-. 자신의 전생을 질투한 사랑스러운 자신의 정인을 바라보는 신의 눈이 영롱하게 빛났다. 이 순간 모두를 하나하나 그 눈동자에 새겨넣듯이.
째깍이는 시곗바늘소리, 은은하게 퍼지는 숨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오갔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속에서 오직 서로의 시선만을 쫓으며 서로의 온기만을 그리며 두 사람은 서로를 놓지 못했다. 눈동자에 온 우주가 담겨 있고 그 가득 찬 별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려올 것만 같다고 느낄 때 즈음 혁이 먼저 손을 뻗어 신의 코트깃을 잡아당겼다. 여전히 앉은 채라 자동으로 신의 몸이 아래로 기울었고 저돌적으로 맞대오는 입술에 놀란 두 눈이 번뜩 뜨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혁의 뒷목을 부드럽게 감싸쥐고 상체의 무게를 실어 되려 더 깊게 입술을 파고 들었다. 귓볼과 귓바퀴를 엄지손가락으로 에워싸 지분거리며 더 농밀하게 혀를 섞어들자 움찔거리던 혁이 흐응- 낮은 비음을 흘려보낸다. 그것을 신호로 신은 한 손으로 혁의 허리를 그러당겨 바짝 몸을 밀착시키고 걸음을 옮겼고, 혁은 코트자락 안으로 손을 집어 넣어 넓고 듬직한 등을 끌어 안아 매달리듯 그 걸음에 맞추어 뒷걸음질쳤다. 곧 등허리에 맞닿은 식탁에 걸음이 멈춰지고 뒤로 눕혀지는 그 순간까지도 입술은 떨어질 줄을 몰랐다.
"하아-"
촉- 소리와 함께 잠시 입술이 떨어진 사이 숨가쁜 신음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고 거칠게 코트를 벗어 던진 신이 몸을 기울여 다시금 그 숨결을 집어삼켰다. 혁은 다급한 손길로 신의 흰 색 티셔츠를 말아 올려 뜨겁게 달아 오른 탄탄한 복근에 입맞췄다. 잔뜩 흥분해 뒤로 젖혀진 신의 목울대가 섹시하다는 생각에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그에 홀린 듯이 몽롱하게 풀린 눈을 한 혁이 망설임없이 신의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앞섶을 더듬으려는 찰나 띠리리- 눈치없는 폰이 요란스럽게 울려대고야 만다.
"하아- 씨발."
자동반사적으로 욕을 토해내는 혁에 억지로 흥분을 갈무리하던 신이 시선을 던진다. 자연스러운 욕설이 신선하게도, 또 색정적으로도 느껴져 어이없이 웃은 신이 전화를 받으라는 듯 눈짓을 보냈다. 그제서야 수신자를 확인한 혁이 흐트러진 옷을 바로잡으며 전화를 받았다. 서서히 표정이 굳어가는 걸 보니 썩 유쾌한 내용은 아닌 모양이었기에 신은 대충 옷을 정리하며 바닥에 떨어진 코트를 도로 주워 입었다.
"출동이랍니다.."
예상대로 시무룩한 목소리와 미안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이는 혁이 귀여워 다시 한 번 피식 웃은 신이 헝클어진 그의 머리를 다정하게 매만졌다. 아직도 흥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듯 발갛게 달아오른 볼을 손등으로 문지르자 그제서야 지금의 상황에 웃음이 터진 혁이 수줍게 고개를 사선으로 돌리며 미소짓는다.
"데려다 줄게요. 가요."
차키를 집어 들고 앞장 서는 신을 혁의 부끄러운 발걸음이 뒤따랐다'. 왜 하필 지금 사건이 터지고 지랄이야.' 속으로 되뇌인 혁이 쌀쌀한 저녁 날씨에 부르르 몸을 떨며 차에 올라탔다. 한창 내달리는 차안에서 혁은 문득 생각했다. 김신씨는 도깨비니까 아무 문이나 열면 원하는 장소에 닿을 수 있지 않나? 굳이 차를 이용할 필요는 없지 않나?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었지만 궁금한 것은 못참는 성격인지라 생각을 그대로 입밖으로 옮겨내고야 만다. 하지만 곧 되돌아오는 신의 답변에 혁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차창을 내리며 얼굴에 손부채질을 연신 해댔다.
-당신하고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으니까.
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차가운 바깥 공기로도 덮을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차안에 가득 들어찼다. 외로움이란 상대를 향한 그리움의 다른 표현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지금 나는 외롭지 않다. 그의 숨결, 그의 온기, 그의 향기. 모든 것이 곁에 있으니 지금의 나는 더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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