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떡치고 좀 꽁냥질을 해야하는데 말이죠...
티격태격 꽁냥꽁냥...
아...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네요. 오타나 이상한 맥락은 이해해주세요 ㅠㅠㅠㅠㅠ
와 글자가 두 개 세 개로 보여요ㅣ...
김신왕여
센티넬버스 04
찌뿌둥하게 납처럽 내려앉는 몸뚱이를 이리 저리 틀며 일어나보지만 쉽지가 않다. 우드득 뼈 마디마디가 뭉치는 것이 군생활중 포복자세로 사격연습을 할 때도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싶어 억지로 시트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킨다. 잔뜩 구겨지고 엉망으로 얼룩진 시트가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고 온 몸의 울긋불긋한 흔적이 지난밤을 고스란히 나타내주는 탓에 여의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아 젠장. 여는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어쩌자고 동거 첫날부터 이런 대형사고를. 센티넬에게 그것도 같은 거 달린 사내에게 바치려고 지금껏 지켜온 순정이 아니건만. 여는 옆을 흘긋 쳐다봤다. 여전히 자신의 허리에 손을 두른 채 꼭 감긴 신의 눈이 그가 아직 깊은 잠에 빠졌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는 이 때다 싶어 조심스레 허리를 두른 손을 살살 떼어내고 꾸부정한 자세로 침대를 벗어나려 애썼다.
"어디가."
갑자기 뒤에서 목을 휘감아 오는 팔 덕에 여는 억소리를 내며 뒤로 널부러지듯 쓰러졌다. 의도치 않게 탄탄한 신의 가슴을 베고 눕게 된 여의 볼이 다시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더 해달라고 허리를 감아 조이던 자신의 몹쓸 허벅지나 교성이 왜 지금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건지 여의 얼굴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가지말고 더 자. 피곤할텐데."
"누구씨와는 다르게 전 아직 배우는 입장이라 교육받으러 가야되거든요?"
으헉!! 목석같이 빳빳하게 굳어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는데 아치형으로 굽어있던 등이 펴지면서 끔찍한 고통을 일으키고 여는 의도치 않게 큰 소리로 고통을 호소하고야 만다. 바닥에 쭈그려 앉아 찔끔 고인 눈물을 닦는데 언제 다가온 것인지 다정한 신의 손길이 겨드랑이를 파고든다. 쑤욱 끌어올려진 몸이 부드럽게 침대 가장자리에 앉혀지고 완전히 알몸이 드러났다는 것을 인지하기도 전에 제 앞에 무릎 꿇고 앉은 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본다. 아무래도 저 얼굴에 홀랑 넘어가서 지난 밤 분위기에 휩쓸렸나. 가만히 있어- 욕조에 물 받아둘 테니까. 아니다, 저 목소리에 넘어갔나. 화르르 달아오르는 얼굴을 주체못한 나머지 여가 고개를 끄덕이며 푸욱 숙인다. 아무래도 자꾸만 어딘가 손해를 보는 기분이 드는 것이 영 깨름직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교육 그거 꼭 받아야되나?"
외투를 걸치는데 언제 다 씻고 나왔는지 타올을 대충 두르고 문에 삐딱하게 선 신이 태도만큼이나 삐딱한 질문을 던진다.
"무슨 뜻이에요?"
"내가 곁에 있는데 굳이.."
"김신씨가 교육시켜주겠다는 말이걸랑 저리 집어치워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까."
태연한 표정으로 무슨 소문? 되묻는 모습에 여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그걸 지금 몰라서 묻는 것인지. 어떻게 센터내 모든 이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저렇게 본인은 모른다 뻔뻔하게 물을 수 있단 말인가. 설마 진짜 전혀 모르고 있기라도 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자 여는 심각하게 신의 성격에 대해 걱정까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얼굴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여에게 신은 대답을 원한다는 듯 눈짓을 보낸다.
"꼭 제 입으로 그걸 말해야 해요?"
신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하...센터내의 골칫덩어리, 미친개, 야생늑대, 또라이, 싸이코패쓰, 개새......더 해야해요 나?"
쯧- 하나하나 펼쳐지는 수많은 단어 속에 내포된 의미들을 곱씹던 신은 서서히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음산한 기운에 말하기를 멈춘 여가 신의 눈치를 봤고, 그게 또 썩 마음에 들지 않았던 신은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며 등을 보인다. 뒷머리를 벅벅 문지르면서 드레스룸으로 사라지던 신을 바라보던 여는 괜히 입이 삐죽 튀어나온다. 아 왜 나한테 성질이야. 내가 지은 별명도 아니구만.
*
불같은 하룻밤을 보내고 서로에게 각인이라는 둘레가 씌워졌다고 해서 크게 이전과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주 미세하게 변한 것이 있다면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감정의 변화랄까. 건네는 말투가 부드럽고 마주하는 눈빛이 불편하지 않고 가벼운 터치가 뭇내 아쉽게 느껴질 딱 그 정도만큼의 관계. 그러고보면 제법 많은 것이 변화한 것처럼 느껴질 법한 일상인건가. 여에게 있어 일상이라는 것은 단조롭고 때론 심심하기도 하고 또 약간 모자라기도 한 것이라 지금의 이런 변화가 썩 싫지는 않았다. 그렇다고해서 무척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근까지 여가 아르바이트로 일했었던 동네 치킨집 사장님께서 우리 임금님 얼굴이 좋아졌네 라고 한 마디 던지신 걸 보면 생각보다 이 생활이 편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고로 임금님은 성이 왕으로 특이한 이름을 한 여를 놀린답시고 사장님이 지어낸 짖궂은 별명같은 것이었다.
미묘하게 쏠리는 시선과 오밀조밀하게 뭉쳐 쑥덕이는 목소리들. 그렇다. 유일하게 부정적인 측면으로 변화가 생긴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센터내의 문제였다. 같이 수업을 듣는 교육생이며 강사, 그리고 연구원들까지. 여를 마주친 어느 누구 하나라도 그냥 얌전히 지나가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떠드는 이야기들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는데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또라이 김신과 페어를 맺은 불쌍한 먹잇감'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쑥덕임은 확연히 줄었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엄연히 따지면 난 먹잇감이 아니라 조련사라고! 젠장!"
오늘도 한바탕 뒷소리를 들은 여는 씨익씨익 거친 콧바람을 뿜으며 복도를 걸었다. 예의 그 쿵쾅 쿵쾅 무너질 듯한 발소리 역시 옵션으로. 그러다 불현듯 과거의 일이 생각나 멈칫 발걸음을 멈춘다. 이렇게 걸으면 왠지 저번처럼 경고등이 울리고 또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괜히 불안해진 터다. 하지만 스윽 뒤돌아본 복도는 평화롭기 그지없었고 언제 그랬냐는듯 그런 부정적인 생각은 금새 여의 머릿속에서 날아간다. 그리고 다시 원래 가던 방향으로 몸을 트는데 쿵- 세게 무언가에 부딪혔고 무방비했던 여의 몸이 보기 흉하게 바닥으로 엎어지고야 만다. 너무 아파서 부딪힌 것이 무엇인지 확인할 새도 없이 엉덩이를 문지르고 있는데 정수리로 툭 던져지는 한마디가 기가 말힐 노릇이었다.
"뭐야. 이 쓰레기는."
사과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본인의 불찰도 있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뭐? 쓰레기? 여는 아픈 것도 잊고 벌떡 몸을 일으켜 상대를 노려보았다. 빤질빤질하게 무스칠해 넘긴 2대8 가르마에 생긴 건 무슨 복어같이 생겨가지고 우악스러운 그 얼굴을 마주하니 생긴대로 노는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이봐요. 사과는 아니더라도 괜찮냐 정도는 묻는게 예의아닙니까? 쓰레기라니 무슨 소립니까?"
상대방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걸린다. 여가 무어라 떠들건 간에 모두 개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한 그런 표정이었다. 여는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화를 겨우 억눌렀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쌍욕이라도 퍼부어주고 싶었지만 상대의 나이가 일단 저보다 많아 보이고 초면이고 하니 저런 몰상식한 사람과 같은 부류는 되지 말자는 현명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상대는 여를 위아래로 훑더니 끌어올린 입꼬리를 내리지 않은 채로 기가 막히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리고 이 자리에 사람이라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여를 스쳐 지나갔다. 아오 시발 뭐 저딴 게 다 있어? 남겨진 여는 절로 튀어나오는 욕을 뱉으며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덕화씨!"
쥐죽은 듯 고요하던 연구실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벼락같이 떨어진다. 덕분에 여는 덕화뿐 아니라 연구실에 있는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야 만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방금 있었던 일을 구구절절 토해내는데 덕화의 리액션이 평소와는 영 다른데다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러고보니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던 것이 평소엔 밝고 따뜻한 분위기였던 연구실이 지금은 딱딱하고 무언가 겁에 질린 듯한 형색이었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찝찝한 여가 내가 뭐 잘못했어요? 다들 왜그래요? 물어보지만 아무도 입을 열 생각은 없어보인다. 그저 서로의 눈치만을 볼 뿐. 그리고 이 정적을 깬 것은 생각지도 못한 아주 의외의 인물이었다.
"지금껏 이런 식으로 관리했나 이팀장? 저런 쓰레기가 함부로 돌아다니게 놔두니 그런 일이 발생하는 하는 것 아닌가."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제가 따로 교육시키겠습니다. 왕여씨. 일단 나가봐요."
여는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는 조금 전까지도 자신이 험담을 늘어놨던 그 중년의 남성이었다. 저렇게 막말을 일삼는데도 그저 고개만 숙이는 팀장님도 이해가 가질 않았고, 자신을 동물원의 원숭이 대하듯 하는 저 좆같은 태도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아직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여가 당황한 채 굼뜨게 바스락거리자 그 사내가 그런 여를 붙잡아 세운다.
"아니, 거기 서. 쓰레기에게는 쓰레기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지."
"지금 말 다 하신 겁니까?"
중년의 사내는 특별감사팀 서울중앙지부 본부장 박중헌이라는 자로 센터내에서는 아주 유명한 자였다. 센티넬과 가이드는 사람이 아닌 한낱 미물로 저평가하며 그들은 인류가 부리는 가축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는 자다. 그래서 될 수 있는대로 박중헌은 마주치지 않는 것이 큰 복이라고 여길만큼 센터의 안정에 힘써왔는데 일전에 터진 센티넬 폭주사건으로 인해 감사팀의 강화가 심해졌고 결국 이런 사단이 나고야 만 것이다. 사실 가장 박중헌과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던 페어가 김신과 왕여 페어였는데 이렇게 최악의 상황으로 마주치게 될 줄이야. 여가 절대 얌전히 있어줄 성격이 아니라는 걸 더 잘 아는 연구원들은 이 상황이 숨막히게 공포스러울 뿐이었다.
중헌은 자신이 데려온 것으로 보이는 검은 양복의 수행원들에게 저거 잡아- 눈짓으로 지시한다. 순식간에 포획되듯 양 팔을 붙잡힌 여가 끌려가지 않으려 발버둥쳐보지만 건장한 사내에게 양 팔을 다 잡혀서야 아무리 같은 사내라 한들 벗어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이거 놔! 개새끼들아!"
"개새끼는 너지."
중헌은 느릿하게 손을 들어 올려 하얗게 질린 여의 볼을 두어 번 찌르며 말을 이었다.
"개새끼는 주인에게 대들면 안 되는 거야. 그리고 흔들 꼬리가 없으면 그 멍청한 대가리라도 조아려야지."
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굳게 닫힌 여의 입에서 뱉어진 분비물은 보기좋게 중헌의 얼굴을 더렵혔고 중헌은 제 얼굴에 묻은 그것을 닦아내며 어이가 없다는 듯 하- 탄식했다. 미세하게 떨리는 안면근육이 그가 얼마나 노하였는지를 고스란히 나타내주고 있었다. 그를 노려보는 여의 눈가가 버얼겋게 달아올라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누군가 말릴 새도 없이 중헌의 손이 뻗어나갔고 우악스럽게 여의 머리채를 잡아채 들어올렸다. 머리카락이 다 뽑혀버릴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지만 여는 눈꼬리에 눈물을 달고서도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버텼다. 그런 여의 모습이 더욱 중헌의 화를 돋구기라도 한 것인지 다시 수행원을 향해 눈짓을 보냈고 곧 그들에 의해 뒷무릎을 세게 가격당해 강제적으로 무릎이 꺾여 풀썩 앞으로 고꾸라졌다. 저렇게 강압적 폭력까지 행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 평소 여를 아껴왔던 이팀장 입장에서는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의 굴욕적인 위치에 그저 입술을 꼬옥 깨물며 치욕을 맛보는 수 밖에는.
머리채를 잡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고 점점 강하게 머리를 조여오는 고통에 여의 한 쪽 눈썹이 찡긋 올라갔지만 결코 소리를 내거나 시선을 내리까는 법은 없었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된 건가. 낮게 읊조린 중헌의 손이 머리채를 잡은 손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바닥으로 여의 고개를 내리 눌렀다.
"대가리는 이렇게 조아리는 거야. 이렇게. 이렇게. 알겠나?"
숙이지 않으려 뻣뻣하게 버티던 고개가 결국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중헌의 빤딱한 신발 앞코에 여의 이마가 쿵-쿵 내리 박힌다. 결국 눈꼬리에 대롱대롱 매달린 눈물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지고 치욕감에 올라오는 울음을 애써 삼켜내는 여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덕화는 차마 그 광경을 지켜볼 수가 없어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때였다.
짝짝짝-
난데없이 갑자기 울려퍼지는 군더더기 없는 박수소리에 연구실내 모두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했다. 그 소리는 안도이자 곧 구원이었다. 하지만 공포이기도 했다. 그 소리를 일으킨 자를 들여다 본 모든 이들의 표정이 그러하였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손뼉을 마주치던 이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개새끼를 훈련하는 법은 나도 아주 잘 아는데 말이야."
잔쯕 비틀어져 올라간 입매는 의외로 침착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단조로웠다. 느릿하게 움직이는 걸음 하나 하나가 먹이를 사냥하기 직전의 맹수의 그것처럼 날카롭기 짝이없다. 머리카락이 쭈뼛 설 만큼의 소름끼치는 정적을 만들어내면서도 정작 본인은 평화로운 표정이라 그것이 이 숨막히는 공간안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처럼 느껴졌다. 터벅- 터벅- 울려퍼지는 발걸음 소리가 총알을 장전하는 소리와도 같아서 언제 어떻게 누구에게 그 총알이 날아들까 지레 겁먹은 모두의 몸이 목석같이 굳었다. 푹 숙여진 시선으로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고 동시에 설움이 밀려들었는지 촉촉하게 젖은 여의 목소리가 긴 정적을 깨뜨렸다.
"김신씨.."
포식자의 눈썹이 사납게 휘었다.
'Dokebi'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신왕여] Trial 上 (0) | 2017.03.09 |
---|---|
[김신왕여] 센티넬버스 05 (8) | 2017.03.08 |
[김신왕여] 후회 中 (0) | 2017.02.28 |
[김신왕여] 엘리트 김신 X 진성게이 왕여 (2) | 2017.02.26 |
[깨비사자/깨비이혁] 다시 시작 04 (6) | 2017.02.23 |